진주성-세평(三坪)의 땅
진주성-세평(三坪)의 땅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29 17:0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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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세평(三坪)의 땅

세상에는 참 답답한 사람도 더러 있다. 먹고 살만큼의 재산이 있고 자식들도 남의 것 빌리려갈 정도가 아닌 잘 사는 사람이, 마음은 항상 모자라고 가난해서 궁색을 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마음하나 고쳐먹으면 다 부질없는 일인 것을, 내 명의로 많은 땅이 있고 큰 건물이 있어도 그것은 잠간이고 이내 남의 명의로 변하는 것이다. 먹을 것도 못 먹고 입어보지도 못하고 자식에게 물려준들 그 재산을 온전히 보전하리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옛날 천석꾼 부자가 굶어죽었다는 말도 있으니 적당히 베풀고 적당히 친구들과 어울려 막걸리라도 나누며 살 일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작품에 보면 ‘이반’이라는 농부는 평생토록 주인집에서 머슴살이를 했다. 어느 날 주인은 이반을 독립시켜 주려고 불렀다. “내일 아침부터 네가 밟고 돌아오는 땅은 모두 네게 주겠다.” 라고 약속을 했다. 평생을 머슴살이로 살아온 그는 다음날 새벽을 기다리느라고 한잠도 자지 못했다.

채 날이 밝기도 전 새벽부터 달리기 시작한 그는 쉬는 시간도 없이 뛰고 또 뛰었다. 한 평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먹는 것도, 쉬는 것도 잊어버리고 뛰었다.

평생을 머슴으로 살았던 한을 풀기 위하여 밤이 늦도록 뛰어 주인집 대문에 들어서면서 안타깝게도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가 마지막 차지한 땅은 ‘3평’ 뿐이었다. 무덤으로 사용한 조그마한 땅이 그가 평생토록 머슴살이 하고 뛰고 또 뛰어서 얻은 땅이었다. 하루 종일 쉬엄쉬엄 쉬면서 먹을 것을 먹으면서 걸었어도 그 땅을 다 어디에 쓸 것인가.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이어서 욕심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우리의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더러 있다. 많은 것을 가지고도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먹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고, 욕심만 가득 차 살다가, 어느 날 3평의 무덤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들 말이다. 천 년 만년을 살 것 같은 착각 속에 살기 때문이다.

요즈음 유행가 가사에 뱃장 좋은 사람이야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안 간다고 일러라.’ 라고 큰 소리 치지만, 오늘 밤이라도 염라대왕이 부르면 무슨 재주로 버틸 것인가.

어떤 풍류객은 ‘이 세상에 온 것은 소풍 온 것’이라 했다. 친구건 연인이건 함께 걷는 소풍 길, 산도 넘고 물도 건너고 꽃길도 단풍 길도 함께 걸으며 주막을 만나면 동동주한잔 나누며 너털웃음 웃을 수 있다면 이 아니 족할까.

좀 더 있으나 적게 있으나 거기가 거기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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