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명재상(名宰相)의 당부
진주성-명재상(名宰相)의 당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20 17:0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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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명재상(名宰相)의 당부

오늘날 우리사회에는 고위공직에 있으면서 국민의 공복으로 헌신 봉사하여야 함에도 그 직을 악용하여 개인의 영달과 이익에 급급해 사회의 지탄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와 반대로 1인지하 만인지상인 영의정에 올랐으면서도 청렴결백을 몸소 실천하고 그 후손에게도 올바른 삶을 살도록 당부한 말씀이 있어, 이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후세의 모든 사람에게 귀감이 되기에 공유하고자 한다.

유척기(俞拓基:1691~1767)는 조선영조 때의 문신으로 호(號)는 지수재(知守齋)이고 시호(諡號)는 문익(文翼)이며 본관은 기계(杞溪)이다.

“망령된 사람을 경계하라. 무게 있고 진실 된 벗을 사귀어야지, 입만 살아 말로는 못하는 일이 없고, 행실이 경박하고 태도가 경망한 사람과는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망령됨과 편벽됨을 잘 분간하라. 무슨 일이든 정도에 넘치면 재앙의 빌미가 된다.

또 말을 따져 살펴하라. 내 말은 말할 것도 없고 남의 말도 하나하나 앞뒤를 따져보고, 같고 다름을 점검해야 한다. 여기서는 이 말하고 저기서는 저 말하면 못쓴다. 말에 일관성이 없는 사람과는 함께 어울려 얻을 것이 없다. 말을 점검해 보면 그 사람의 그릇을 알 수 있다.

행동을 삼가 하라. 잘 나가다가도 한 걸음만 실족해도 돌이킬 수가 없다. 기본실력이 없으면서 아는 체 고상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듣는 이가 업신여긴다. 제멋대로 방종한 것과 통 큰 것을 착각하지 마라. 공연히 성질을 부리며 남을 제 밑에 두려는 자와는 아예 상종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큰 소리 치지 말라. 아무데서나 목청을 높여 방자하게 구는 것은 상서롭지 못하다. 떠벌리지 마라. 잘난 체 하지 마라.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도 못한 법이다.

남의 것을 취하기보다 베풀기를 우선하라. 남의 것을 내가 가져오면 원망이 함께 따라온다. 술과 여색을 좋아하는 것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재물의 이익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손실의 결과일 때가 많다. 그러니 재물의 이익에 연연해서 자신의 복을 깎는 행동을 하지 말라.” 선생이 돌아가시자 영조는 묘소의 사방 10리를 사패지(賜牌地)로 내렸다.

권력도 명예도 한낱 물거품이요 뜬구름이라 했거늘, 고위직에 있을 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청사에 그 이름이 빛나고 영원히 추앙받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자손만대로 누(累)가되는 경우도 있으니 매사 삼가야 할 일이다.

명재상이 후손에게 남긴 교훈의 말씀은 300여년의 세월이 흘러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올바른 이정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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