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정치(政治)하기 쉬운 나라
도민칼럼-정치(政治)하기 쉬운 나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24 17:02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정치(政治)하기 쉬운 나라

우리나라는 정치(政治)하기가 쉬운 나라다. 국민들을 지역 정서로 몰거나 같은 계층으로 엮어서 ‘우리가 남이가’ 라는 말로 세뇌시키고 북한과의 안보위협으로 겁을 주고 어떤 뉴스가 나오든 우리끼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뭉쳐야 한다고 하면 끈끈한 편이 되면서 무조건 밀어주게 되어 있으니 그저 상대방을 물어뜯기만 하면 게임이 끝나는 것이다.

단 0.1%만 이겨도 나머지는 승자독식을 하는 구조, 깔끔한 것 같지만 겨우 그 몇 프로에 졌으니 패자는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승자는 패자를 깡그리 죽여 놓아야 정치하기가 편하고 패자는 죽지 않으려고 기를 쓴다. 그런데다가 지금은 무소불위의 칼을 지닌 검찰시대이니 결과는 뻔할 뻔자로 돌아갈 것이다. 집단지성이나 혹은 국민들의 상식이 통할 거라는 순진한 생각은 요즘 별로 들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지만 간과한 것이 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점이다. 거기다 우리의 기억력은 그리 길지 않다. 그래서 역사는 되풀이 되는 지도 모른다. 일제강점기는 사실 70대 이상이 겪어서 우리에게 전해준 일이고 남북한 대립은 현재 일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북한을 매우 경계하고 싫어한다. 3대 세습으로 독재국가를 만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전쟁을 겪거나 반공이념에 경도된 60대 이상의 어른들과 생각이 같다. 반대로 일본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다. 어릴 때부터 여행을 다니면서 가까이 드나들다보니 음식이나 문화가 우리와 일치되는 부분이 많은 것에 호감을 가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를 기록된 것만 총 714회가 넘게 쳐들어온 나라다. 북한이 우리와 언어도 같고 조선왕조 오백년을 함께 한 민족이라는 것을 젊은 친구들은 실감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정치권에서 친북 친일 논쟁이 시작되더니 집권여당의 인사가 대놓고 친일을 두둔하는 일까지 생기고 국정감사 내내 ‘김일성주의’ ‘최고존엄’ 등으로 시끄러운 모습을 본다. 우리나라는 승자독식의 대통령제인 나라다. 그런 나라의 장차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함께 가는데 국정감사를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난다. 곧 전쟁이 난다고 해도 하등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위기감만 고조시키고 있다. 정무적인 판단인 정치만 있고 국정운영인 정치는 실종 상태가 되었다. 이 험난한 시기 양극단의 최고조인 정치권을 어찌해야 하는가!

국민들은 지금 지난 정권의 문제들에 관심이 없다. 50억 클럽 사람들은 사라진 대장동이나 서해 민간인 피격 사건으로 지난 정권 사람들이 구속되고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그들만의 잔치'처럼 '그들만의 싸움' 같다. 그런 뉴스를 들으면 서울 경기 부산 등 대도시의 수많은 아파트는 그동안 인허가 과정에서 얼마나 서로 돈이 오갔을까? 전수조사를 하면 정치권에 살아남을 인간은 별로 없겠구나!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에는 늘 음모가 가득한 사건들이 즐비하고 법으로 시작해서 법으로 끝나는 나라답게 요근래 몇몇 드라마를 보자니 다 주인공이 변호사 아니면 검사 판사뿐인데 한 때는 정의로운 검사들의 이야기로 희망을 주더니 요즘은 정의로운 변호사로 비현실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다 부질없는 가짜 희망이라는 것을 살아보니 알겠다. 법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이들은 다 같은 편이거나 힘이 센 쪽 편인 것 같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정부의 방향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지 않은가!

노동자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죽어나가는 사회, 겨우 모양만 갖춰서 내놓은 중대재해처벌법도 헌법재판소에 위헌청구가 들어가서 어찌될지 모른단다. 언제까지 모든 것을 법으로 재단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또 언제까지 이렇게 양당체제에서 서로 죽이고 죽는 싸움만 봐야 할지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 1개의 선거구에서 2-3인의 대표를 뽑든가 국민의 지지율을 무섭게 받아들이는 내각제를 하든가 양당체제에 점점 염증이 올라온다. 양극단의 정치로 국민들도 자꾸 극단적이 되어가고 있다. 이래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선택만 있지 풀 수가 없다. 이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