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인생(人生) 넋두리
진주성-인생(人生) 넋두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1.03 17:0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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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인생(人生) 넋두리

옛날에는 친구에게 편지한 장 부치려면 면소재지 우체국까지 가서 우표를 사서 붙이고 우체통에 넣어야 빠르면 3일, 보통은 5일이 걸려야 도착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메일이나 카톡이나 글을 쳐서 1초 만에 가고오니, 이런 꿈같은 세상이 또 있을까? 때로는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카톡이 공해가 되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대부분 유익하고 매우 중요한 정보를 빠르게 교환 할 수 있으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필자에게는 옛날 남녀공학 시골중학교 동기생들의 단체 카톡방이 있는데, 젊은 시절 각계각층에 열심히 살던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와 매우 재미있고 유익하게 운영하고 있다. 추억의 사진이나 철없던 시절의 이야기, 또는 현재의 사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으니 참 행복한 일이다. 일전엔 여자 친구 이순자 여사가 보내온 ‘인생넋두리’란 글이 너무 정겨워 공유하고자 한다.

‘부모자식간은 1촌이요 형제자매간 2촌일세. 4촌이면 다른 피 섞여 한 다리가 뜬다 하더이다. 돈 있고 권세 오면 사돈팔촌 없어지고 잘나갈 땐 희희낙락 문중종씨 따지다가 정승이 필요 한가 재벌이 중요 한가. 아내 남편 무촌이니 섞인 몸도 한 몸이라. 친구 또한 무촌이니 촌수 아예 없잖은가. 평생감이 부부요, 함께 감이 친구로다. 서로서로 아껴야 부부요, 너나 나나 챙겨야 비로소 친구로다. 없어도 부부요, 못나도 친구다. 함께 같이 챙겨가며 보살피고 안부 묻고 축하하고 위로하세. 산채나물 독주 일 배 산이면 어떠하고 강이면 어떠한가. 얼굴 한번 바라보고 술 한 잔 돌려보고 손 한번 잡아보며 환하게 웃어보고 있는 얘기 없는 얘기 오고가야 이어지지. 아내에게 못할 얘기, 자식에게 못할 말들 어디 털고 시원할까 친구 밖에 더 있는가. 친구야! 내 친구야! 집에서야 대장이지 친구끼리 계급 있나. 살아생전 오고 가며 즐겨야 인생 일세 “노세노세 젊어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화무(花無)는 십일홍(十日紅)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새롭게 되뇌이는 이 민요의 의미가 나이 탓일지. 아프지 마시게나 아픈건 부부도 어쩔 수 없고, 자식도 어쩔 수 없다네. 친구들 환절기에 건강들 잘 챙기고 오늘도 행복하길 두 손 모와 기원하오’

나이 팔십이 코앞에 닿은 백발이 성성한 친구들, 1/4은 이미 먼 길 떠났는데 남은 우리들도 앞으로 얼마일지 기약할 수 없지만, 허물없는 친구들이 있으매 오고가는 이야기 속에 참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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