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입동(立冬)에 느끼는 단장지애(斷腸之哀)
진주성-입동(立冬)에 느끼는 단장지애(斷腸之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1.06 16:4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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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입동(立冬)에 느끼는 단장지애((斷腸之哀)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살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보니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오늘(11월7일)은 24절기 중의 19번째인 입동(立冬)이다. 입동이 지나면 실로 겨울의 문턱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입동은 겨울의 시작과 함께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움츠러들게 되는 시점이다.

입동이면 김장을 준비하고 동물들은 동면에 들어가게 된다. 겨울은 활동을 하지 않고 저장을 하는 계절이다. 동물들은 겨울이 오기 전 많은 걸 먹어서 에너지를 최대한 저장을 하고, 겨울에는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해 에너지를 아끼게 된다. 초겨울 옷깃을 스치는 바람은 고뇌와 분노 질투 등 온갖 감정의 찌꺼기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입동이 지나면 거리마다 소슬한 바람결에 노란 은행잎과 붉은 낙엽이 흩어져 날리게 된다. 초겨울이 주는 색감의 변화는 여름철의 푸르름과 대비해 인생살이를 반추하게 만든다. 겨울은 인생에 비유하면 황혼기에 해당된다. 봄철에 돋아난 새싹처럼 아이가 자라서 여름철 청년기를 지나 가을철 중년기에 꽃을 피운 후 겨울철 황혼기에 서서히 저무는 것이 인생사이다,

불가에서는 입동이 지나면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가게 된다. 불가에는 여름과 겨울에 하안거, 동안거라는 것이 있다. 선방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여름과 겨울에 선방에서 참선수행을 하는 것을 말한다. 동안거는 음력 시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 스님들이 수행에 힘쓰는 일을 말한다. 스님들은 동안거를 통해서 참선과 염불, 독경을 통해서 자기를 성찰하게 된다.

입동의 언저리에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참사가 이 땅에서 발생했다.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 파티를 하기 위해 10만 명에 육박하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렸고 수많은 사람들이 좁은 장소에 밀집되면서 150명이 넘는 생때같은 우리 자식들이 하늘로 떠났다. 단장지애(斷腸之哀)는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으로, 자식 잃은 슬픔을 이른다. 새끼 잃은 어미 원숭이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죽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말 못하는 원숭이가 이럴진대 사람이 느끼는 고통은 더 말할 게 없다. 이태원 참사에서 자식 잃은 부모들 심정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라는 아픔을 겪고도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 대한민국 민낯이다. 입동을 맞아 꽃다운 생명을 떠나 보낸 우리 모두가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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