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다시 채우다
아침을 열며-다시 채우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1.07 16:3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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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박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다시 채우다

가끔 연락하지만 늘 가까이 있는 것 같은 후배가 있다. 나이 차이가 있어 친구 또래에게 말 못 할 이야기를 잘 털어놓는다. 나는 그런 후배가 마냥 귀엽기만 하면서 직장동료 중 이 후배와 연령대가 비슷한 동료의 생각을 이해하게 된다. 서로에게 다른 연배의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시너지를 주는 것이다.

이 후배가 어렵게 아이를 가졌다. 어린 막냇동생이 아이를 가진 것처럼 기뻐 그동안 암묵적으로 말하지 못했던 가슴의 응어리가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너무 기뻐서 당장 아기용품도 사주고 싶고, 먹고 싶은 것도 사주고 싶었지만, 좋은 일에 항상 삼가하라는 어른의 말이 있어 안정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맛집도 가고, 미리 알아둔 SNS의 핫(Hot)한 커피숍에서 차 한잔하였다.

도심을 조금 벗어나 조그마한 정원으로 꾸며진 예쁜 커피숍이었다. SNS로 이름이 난 곳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아 우리는 사람들이 적고,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연인, 아이들, 그 아이들을 챙기는 부모의 모습 모든 것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행복하게 보여서 절로 미소 지어졌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후배와 눈이 마주치자 그것마저도 아무 의미 없는 미소로 마음을 훈훈하게 적셨다.

후배가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참 이상해요. 왜 사람들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 앉고, 사람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이른바 ‘조망과 피신’ 이론이다.

제이 애플턴(영국의 지리학자)은 ‘경관의 경험’에서 ‘조망'과 '피신'이라는 두 원리로 사람들은 자신은 다른 사람을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자신을 볼 수 없는 장소를 선호한다고 했다.

원시시대에는 생존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 사냥감을 찾아 바라볼 수 있는 장소였다. 이러한 수렵 생활의 모습이 인간의 선호본능으로 이어져 오면서 전망 좋은 곳에 자신을 가리고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는 곳을 찾는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고층 건물의 스카이 라운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앉는 곳이 시야가 탁 트인 창가 좌석이거나, 때로는 2층이 있는 카페에서 2층의 남들 보이지 않는 자리를 찾아 차 한잔하면서 조용히 책을 읽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조망과 피신은 인간의 심리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 녹아져 있다. 쾌적한 환경에 탁 트인 조망을 가진 아파트 가격이 높은 것도 그러하고, 풍수에 좋다는 뒤로 산을 등지고 앞으로 물을 내려다보는 지세를 갖춘 “배산임수”도 마찬가지이다. 사찰 등 유서 깊은 고찰은 산속에서 강이나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멋진 풍경이 내부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주는 알파파(Alph wave)를 만들어 주어 명상을 하거나 영감을 얻는 데 상승작용을 하고, 이러한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조망뿐만 아니라 인간은 피신 욕구도 충족시켜야 한다. 피신은 ‘위험을 피하여 몸을 숨김(국어사전)’이라는 의미로서 마음 상태의 안전을 원하는 것이다. 인간은 안전함을 언제, 어떻게 하면 느낄 수 있을까? 바로 휴식과 충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휴식을 취하고 충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 자신을 에너지로 채우고 되살리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을 다스리고, 채우고, 되살리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 “오늘도 잘하고 있다”고 자신에게, 바로 옆 사람에게 칭찬 한마디로 깊어가는 가을의 어느 하루는 따뜻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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