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입니다(8)
도민칼럼-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입니다(8)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1.07 16:3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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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입니다(8)

그런데 예외도 있다. 나야 이처럼 서글퍼 해보지 않았지만, 친구와 술자리를 하면서 들은 얘기다. 시내버스를 탔는데 자리가 없어 서 있을 때란다. 어떤 젊은 사람이 ‘할아버지 여기에 앉으십시오.’라고 하는 소리를 들으니 순간적으로 서글퍼지더라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고 창밖만 쳐다보고 있었다고 했다. 다시 또 ”할아버지 여기 앉으십시오. 하는 소리에 다음에 내릴 거라 하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버렸단다. 할아버지란 단어를 붙이지 않고 자리를 양보할 때는 이런 서글픔이 반감되었지만, 같은 말을 두 번이나 듣고 나니 내가 어느새 늙어버렸나 싶더라 했다.

누구든 맘은 다 같은가 보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젊게 보인다고, 말하면 좋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는 늙은이로 보였기에 사실대로 말한 것을 부인할 순 없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다른 사람들이 본 나 자신이 늙었기에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어르신이라고 호칭하는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겸손하게 응해야 한다. 나를 위해 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진정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나서 자리에 앉아야 한다.

버스를 타고 자리를 양보받을 때마다 멀리 가지 않는다. 괜찮다고 말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양보한 자리에 앉는다. 물론 고맙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어찌하다 보면 자리를 양보받아 앉으면서 감사함이나 고마움을 표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당연한 그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는다. 이는 대중교통 승차 예절에 반하는 일이다. 자리를 양보한 사람으로선 감사 표시를 해 주면 기분 좋지 않겠는가 말이다.

대체로 보면 나이 지긋한 5, 6십 대가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많다.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특히 중고등 학생들이 노인이 올라타도 모른 체한다, 어쩌다 하교 시간에 중고등학교를 지나치는 시내버스를 탈 때가 있다. 좌석은 학생들이 다, 차지해버리고 나이 지긋한 6, 70대 되는 사람은 버스 천장에 매달린 손잡이를 잡고 서 있어야 한다. 초라하게 늙어버린 모습을 어린 애들에게는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스마트 폰만 열심히 보고 있다. 이런 때는 울화가 치민다. 엄연히 임산부로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늙은 사람이 앉아야 하는 자리다. 분명히 경로석이라는 글귀가 붙어 있는 자리를 나이 어린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버티고 앉아 있다.

학생 인권이랍시고 언젠가 부터 체벌 금지법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오히려 학생들이 선생님을 두들겨 패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교권이 곤두박질해 걸핏하면 폭력 폭언이라며 학교 선생님들이 추궁당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가정에서도 부모가 자식에게 회초리만 들어도 아동학대로 오해받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요즘은 학교서나 가정에서도 자라나는 백년대계인 청소년에게 인성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자라나는 청소년의 경로사상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장차 이 사회를 짊어지고 나갈 꿈나무들을 의무교육에 등한히 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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