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시몬, 너는 좋으냐
진주성-시몬, 너는 좋으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1.15 17:0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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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시몬, 너는 좋으냐

세상사의 온갖 소리가 시끄럽고 어지러워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지금까지 소음 공해 하면 소리의 크기와 반복되는 시간의 측정이었다. 그런데 요즘의 소음 공해는 음량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몇 데시벨이 중요한가가 아니고 어떤 소리가 나느냐가 중요해진 세상이다. 소리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도로를 질주하는 차 소리, 공장의 기계음 소리, 공사장에 나는 소리 등, 과학과 문명의 산물에서 나는 소리 말고도 주거생활에서 나는 층간 소음이나 개 짖는 소리도 귀에 거슬리는 소음 공해다. 하지만, 골목길이나 놀이터에서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소리나 아기 울음소리는 듣기 좋은 소리이며 빗소리 바람 소리 개울물 흐르는 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 가랑잎 구르는 소리 등은 우리들의 정신을 맑게 하는 감미로운 소리다.

이른 아침 건너편 산의 장끼 우는 소리나 뒷산 골짜기를 휘젓는 꾀꼬리 소리나 한낮에 우는 수탉 소리며 겨울밤에 우는 부엉이 소리는 향수를 불러오는 그리움에 한 번쯤 듣고 싶은 소리지만 오래전에 잊어버린 소리이며, 아기 울음소리와 책 읽는 소리와 베 짜는 소리는 옛사람들이 가장 듣기 좋아한 세 가지 소리로 축복받은 소리였으나 우리는 문명의 풍요 속에서 잃어버린 소리이고, 물레방아 도는 소리나 나룻배의 노 젖는 소리는 기차의 기적소리와 함께 사라져 간 소리이고, 박물관에 갇힌 채로 박제가 되어버린 에밀레종 소리도 한 번쯤 듣고 싶어도 다시는 들을 수 없는 빼앗긴 소리이며 멀리서 은은하게 들여오던 교회의 종소리는 거절당한 소리이다. 산사의 풍경소리나 만월의 밤 소쩍새 우는 소리나 가을밤의 귀뚜라미 소리는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 못 들게 하여도 좋기만 한데 요즘은 정말 듣기 싫은 소리가 넘쳐난다.

요즘의 국회는 정책이나 법안에 관한 난상토론의 소리는 어디에도 없고 서로의 진실 공방이나 상대에게 흠집 내기 위한 헐뜯는 소리며, 끝도 없이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과거사 논쟁이나 문자 메시지 훔쳐 읽고 시비 걸고넘어지는 소리 하며, 같은 소리 또 하고 또 하며 까고 캐고 헤집으며 물고 뜯는 소리나, 걸핏하면 떼로 뭉쳐 피켓 들고 고래고래 내지르는 정치인의 시위소리 등은 청각적인 소음의 공해가 아니라 정신적인 소리의 공해로 진절머리나서 현기증이 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가 아니라 “국민, 너는 좋으냐 정치인들의 물어뜯는 소리가” 말의 공해에서 벗어나 이제는 낙엽 밟는 소리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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