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비자 보호는 뒷전, 회사 자산만 생각하는 보험회사
기고-소비자 보호는 뒷전, 회사 자산만 생각하는 보험회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1.16 16:5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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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현/K&S 종합손해사정 이사
김석현/K&S 종합손해사정 이사-소비자 보호는 뒷전, 회사 자산만 생각하는 보험회사

최근 M사에 보험을 가입한 금융소비자들에게 약속이라도 한 듯 “담당자가 바뀌었으니 설계사 변경 동의 사인을 받기 위해 만나야 된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보험계약을 모집했던 담당 설계사가 퇴사를 하거나 이직을 하게 되면 담당자가 없어진 계약, 일명 ‘고아계약’에 대해 새로운 담당을 지정해주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

그러나 이 회사의 접근 방식은 상당히 위험하다. 설계사를 잃은 금융소비자들에게 단순히 변경 사인을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상품을 어떻게든 새로운 상품으로 바꿔 가입시키려는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전화를 받은 금융소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가입하고 있는 변액보험은 수익률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시는게 낫습니다.”
“이 저축상품은 시간이 갈수록 사망보험금에 대한 위험보험료가 높아지기 때문에 차라리 종신보험으로 새로 가입하시는게 고객님께 유리합니다.”

대부분 저축보험을 종신보험으로 갈아태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심지어 지금은 판매가 중단된 200% 보장하는 연금, 얼마 후면 계약 후 10년을 채워 평생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좋은 상품들까지도 마구잡이로 갈아태우려고 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것은 기존 담당 설계사가 버젓이 업계에 있는데도 계약을 이관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보험업계는 설계사들이 특정 회사에 소속되어 그 회사의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보험대리점(GA)으로 이직하여 금융소비자들에게 전 회사의 다양한 상품으로 설계를 해주는 것이추세이다. OO생명보험 소속으로 일하다가 보험대리점으로 이직을 해도 OO생명보험 코드가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는 원래 내 계약을 관리해주던 설계사에게 계약이 이관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보험대리점들은 타 대리점으로의 계약 이관을 원천봉쇄하는 경우가 많다. A보험대리점에 가입한 계약을 B보험대리점으로 넘기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이다.

고객의 수와 보험계약의 수가 그 회사, 그 대리점의 파워가 되기 때문에 계약을 타 대리점으로 이관시키는 것을 꺼리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게 과연 맞는 행위일까 반드시 생각해보아야한다.

내 계약을 처음부터 수년, 수십년 간 관리해줬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설계사가 버젓이 일하고 있는데도 타 대리점 소속이라고 무조건 이관을 거절한다. 그리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담당 설계사가 됐다며 계속 만나자고 한다.

사실 계약을 이관 받아 관리한다고 수당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설계사들은 이관 받은 고객을 ‘관리’ 해주기 보다는 ‘새로운 계약 체결’을 위해 고객에게 만나자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보험사의 행태는 금융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설계사를 선택할 권리를 박탈하고 오직 보험사의 이익과 신계약 창출에만 욕심을 내는 매우 이기적인 것이다.

2021년7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률(일명 금소법)까지 제정되었다. 하지만 현장 실무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계속 되고 있는 한 ‘금융소비자 보호’는 허상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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