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사랑 이야기(2)
도민칼럼-사랑 이야기(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1.20 16:39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사랑 이야기(2)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나 사는 동안에 큰일을 두 번 치르는데 첫째가 남녀가 결혼해 짝을 이루어 2세를 생산하고 사는 일이 가장 큰 일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죽음을 말하는 것인데 장례를 치르는 일로 이 두 가지 일을 치르는 일을 두고 인륜지대사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사람이 행해야 할 가장 큰 일이 태어나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죽는 일이 평범한 일로 보이지만 맘대로 하고 싶은 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닌성싶다.

요즘은 보편적으로 남녀가 서른 중반이 넘고 마흔이 넘어 결혼하는 커플이 비일비재하다. 옛날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마흔이 넘으면 손자를 보는 나이였으니 자손을 생산하지 못하는 나이로 알았다. 말하자면 어렵게 결혼하고 너무 쉽게 이혼한다.

8, 9십 세 이상 세대들은 서로 만나서 사랑한다느니 좋아한다느니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되도록 살자는 이런 말 한마디 없이 살았지만, 대다수가 평생을 헤어지지 않고 해로하며 잘 살았었다.

그렇지만 요즘 신세대는 결혼하기 전에 몇 년씩 사랑놀이 예행연습을 한다. 어떤 커플은 고등학교 때 연애를 시작해 십 년도 넘게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말을 주고받고 다짐한 후에 결혼에 골인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혼율은 해마다 높아만 가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TV 속 드라마에선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작가가 꾸몄다 하지만 이를 볼 때마다 그때 분들이 다시 살아나신다면 자신들을 끌어들인 사랑놀이를 보고 노발대발하지나 않을까 하는 맘에 사로잡힌다.

가끔이지만 옛날 사극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남녀 간에 사랑 얘기가 빠짐없이 등장하는 걸 본다. 일반 영화나 드라마다면 작가의 의향대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마음대로 엮어 나가면 된다. 하지만 사극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남녀 간에 사랑 얘기는 그때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는 역사의 주인공들이 남녀관계를 했던 장면들을 실제 있었던 것처럼 연출해낸다. 그 시대에 주인공들의 명예에 손상이 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옛사람들은 결혼식을 치르고 첫날 밤이 궁금하다. 뜨겁게 포옹하고 키스하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법칙이 철저히 적용되던 시절에 처음 한자리에 했으면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좋아합니다. 이런 말들을 사용했겠는가 말이다.


지극히 내성적인 나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자나 깨나 짝 찾는 일을 두고 고심했었다. 연애를 어떻게 해야 하나 여자를 처음 만났을 때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여자에게 환심을 살까. 청혼은 어떻게 하여야 할까. 내 성격이던 나로선 이런 고민을 많이 했었다.

솔직히 말해 40여 년 전 우리 마을엔 젊은 사람들은 서울이나 도시로 떠나버렸다. 고향 시골에서 여자 친구를 사귄다거나 연애를 뜨겁게 펼치며 여자에게 사랑한다느니 좋아한다느니 이런 말들을 할 대상자가 없었다.

서른이 다 된 나이에 두메산골 농촌에 처박혀 있었으니 어느 하나 여자를 맞아들일 만한 조건은 갖춰지지 않았었다. 이런 이유로 장가도 가 보지 못하고 총각 귀신으로 살다 늙어 죽게 되는 것은 아닐까 늘 걱정이 태산이었었다.

그런데 일찍이 전해 내려왔던 우리 민족의 고유속담인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은 나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빈털터리가 서른이 되기 전 아내를 만나 두 딸을 낳고 어느덧 43년을 살았다.

나에게는 떡두꺼비 같은 쌍둥이 손자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되었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이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