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림과 아픔은 피를 보내 달라는 신호
저림과 아픔은 피를 보내 달라는 신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2.0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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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다음생식회장.이학박사

재래식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려오다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마비가 오고 종내에는 통증이 심해진다. 장시간 무릎을 꿇고 앉아 있어도 그렇다. 손과 발이 자주 저리거나 쥐가 나는 증상, 경련이나 마비 등은 대부분 피가 제대로 흐르지 않으니 어서 피를 보내달라는 몸의 신호라고 보면 된다. 저리거나 아플 때도 있지만 때로는 무감각이나 경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다 일어난 후, 다리가 저리다고 해서 약을 먹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저린 증상을 풀어주는 약도 없다. 그저 일어나자마자 다리 운동을 함으로써 피가 제대로 흐르도록 해주면 언제 그랬나 싶게 곧 풀린다.
저림, 아픔, 마비, 경련 등의 증상은 모두 혈액순환과 관계가 있다. 피가 더러워졌거나 운동 부족, 체온 저하 등으로 인해 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때 생기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화가 날 때도 피의 흐름이 나빠질 수 있다.
몸이 냉하거나 저혈압인 사람들은 쉽게 저림과 근육 마비를 호소한다. 여름에 찬 돌을 베고 자다가 안면 마비를 경험하거나 갑자기 찬물에 들어갔다가 쥐가 나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어른들 앞에서 예의를 지킨다고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일어서다 마비가 와서 오히려 어른 앞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경우는 또 어떤가. 재미있는 것은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말할 때 ‘피가 멎다’는 표현을 쓰는데 실제로도 분노가 극에 달하면 진짜로 피가 돌지 않고 멎기에 순간 의식을 잃기도 한다.
학창시절 운동장에서 조회를 할 때 쓰러져 본 경험이 있거나 그러한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역시 머리에 피가 모자라니 피를 보내 달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오래 서있으면 머리의 높이가 심장의 높이보다 위에 있기 때문에 사람을 쓰러뜨려 머리와 심장의 높이를 바꿔보려는 자연의 섭리가 작용한 결과이다.
조회 때 쓰러졌다고 응급실로 실려 가지도 않았고 그냥 양호실에서 좀 누워 있으면 머리로 피가 돌아가니까 멀쩡해져서 교실로 돌아오곤 했던 것이다. 쓰러지는 학생들은 대부분 저혈압으로 피가 잘 돌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빈혈이 있어 피가 부족한 경우였기 때문이다.
걷기 같은 스트레칭이나 무산소 운동을 흔히 제2의 심장이라고 부른다. 심장이 하나 더 있다는 말이 아니고 혈압이란 것이 원래 동맥에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장에서 펌프질을 통해 뿜어 나온 피는 대동맥, 소동맥을 거쳐 모세혈관에 도달하는데 모세혈관에는 혈압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세혈관은 단세포층, 곧 세포 한 겹으로 되어 있어 만일 압력이 존재하면 혈관은 파열되고 만다. 그래서 모세혈관을 통한 피의 흐름을 모세관 운동이라 하는 것이다. 모세관 운동을 통해 배달부의 소임을 마친 피는 청소부의 직책으로 돌아가 정맥이라는 도로를 거쳐 다시 심장으로 가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정맥에는 혈압이 존재하지 않는다. 피가 역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만이 있을 뿐이다.
피를 심장으로 보내려면 근육을 수축시키거나 이완시켜 정맥 속 피의 흐름을 돕지 않으면 안 된다. 운동은 근육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피를 잘 돌려주기 위해 한다는 사실을 알면, 운동을 게을리 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도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한 상태로 누워있다 보면 욕창이 생기기 쉽다. 등이나 허리 부분에 물집이 생기다가 결국에는 썩어 들어가는 현상이다. 이 역시 피의 흐름과 연관이 있다.
이제 입춘대길의 계절이 왔으니 움츠렸던 몸을 펴고 전신이 활력을 되찾도록 걷기운동부터 해보겠다는 결심을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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