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배려의 저주
진주성-배려의 저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1.22 17:1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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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배려의 저주

호의를 계속하여 베풀면 상대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서서히 자기의 권리인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그러다 베풂이 소홀하거나 끊어지면 상대방을 변심했다고 단정한다. 베풀던 쪽은 속절없이 배신자 취급을 당하게 되어 억울한 처지가 된다. 이쯤 되면 베풀던 사람도 반감이 일기 시작한다.

고마우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고마운 줄을 모르는 얌체라며 괘씸한 마음이 들게 된다. 결국에 서로의 사이가 벌어지고 회복되기 어려워져 멀어지게 되고 때로는 돌아서게 된다. 선의나 호의는 베푸는 쪽은 결과를 생각해야 하고 받는 쪽은 상대의 깊은 뜻을 헤아려 겸손해야 한다. 뭘 그런 것까지 깊이 생각해야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사회생활에는 모든 관계가 하찮고 사소한 것에서 발단하여 일을 꼬이게 하거나 난감하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잘해주려고 하다가 사고를 치는 일도 허다하다. 좁은 길에서 차를 운전하다 보면 마주 오는 차가 불편하지 않을까 하고 바짝 길섶으로 붙이다가 차바퀴가 길섶에 빠지거나 담벼락에 백 미러가 긁히는 경우나, 골목길이나 도로 갓길에 주차하면서 차 한 대라도 더 주차할 수 있게 조금이라도 여유 공간을 넓혀 주려고 앞이나 뒤로 바짝 붙여서 주차하였다가 나중에 나와 보면 끼워서 주차하던 차가 앞 또는 뒤 범퍼의 모서리에 흠을 낸 경우도 경험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옳고 맞는 행동인데 남 좋게 하려다가 내가 피해를 자초하는 꼴이 되어 마음을 상한 경우도 내 말고도 더러 있을 것이다.

직장이나 공동생활에서 편의를 봐주던 위치에 있던 사람이 어떤 때는 편의를 봐 줄 수 없어 부탁을 거절하게 되면 지금까지 봐 준 편의는 생각지도 않고 그런 편의도 한 번 못 봐 준다고 원망을 한다. 어떠한 선의나 편의를 봐 주는 것은 기본이나 원칙의 정도를 벗어난 베풂의 배려이다. 따라서 공직에서는 특혜의 비리로 절대적 금기사항이지만 일반인들의 일상에서는 인정의 배려인데 이를 받아들이는 쪽은 그 고마움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자기를 묶을 때는 다음에 풀 사람을 생각해서 묶으라고 했다. 그렇다면 다음에 보자기를 푸는 사람은 고를 써서 풀기 쉽게 묶은 사람의 배려에 고마움을 의식해야 하는데 거기까지는 못 미친다. 하찮은 일로 배려의 저주가 되지 않게 하는 생활인의 지혜가 아쉬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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