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 10·27 법난(法難)(2)
진주성- 10·27 법난(法難)(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1.27 17:1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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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10·27 법난(法難)(2)

1980년 10월27일 일어난 10·27 법난(法難) 이후 신군부는 불교계를 지속적으로 짓누르기 위해 불교정화위원회라는 어용단체를 만들었다. 신군부는 제5 공화국을 출범시킨 뒤 국보위 산하에 사회정화위원회를 두었고 그 밑에 '한국불교신도회 지역 불교정화위원회'를 만들어 불교계를 억압했다.

노납은 당시 진주의 한 사찰에 있었는데 불교정화위원회로부터 갖은 고초를 겪었다. 신군부의 힘을 등에 업은 불교정화위원회는 죄 없는 스님들에게 온갖 모함을 뒤집어 씌워 불교계에서 퇴출시키기까지 했다. 위원회 완장을 찬 스님(스님이라고 부를 가치도 없는 존재들)들은 정화라는 미명 아래 불교를 짓밟았는데도 그들에게 빌붙어 아부를 하면서 스님들을 못살게 하는 족속들이 설치는 꼴을 차마 두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정화위는 각 절에 공문을 보내 신도 2명씩을 선발해 보내 달라고 했는데 그들의 위세에 눌려 몇 군데 사찰을 제외하고는 대표를 보냈는데 그 활동인즉 자기가 소속된 절 스님들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것이었고 이런 것도 국보위가 자기들에게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얼마나 무법천지로 설쳤는지 말로는 표현이 힘들다.

한 예로 그들이 1983년 발행한 종교사업 실적현황이라는 책자에 보면 "해인사 주지 등 승려 27명을 대동 인솔하여 공화당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적어 놓았다. 재가 불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승려니 대동이니 하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인지 기가 찰 뿐이다. 삼보에 귀의한다고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스님을 대동하고 다닌다느니 인솔하였다는 등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인지 글로써 표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어느 절에서 불사를 하게 되면 임원 몇 사람이 참석하고는 전부 그들이 주관한 것으로 소개를 하기도 했다.

위원회 회장은 불교의 불자도 모르는 신도로 그들에게 돈푼이나 내놓고 명예를 얻어 높은 사람들이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스님들과의 대화 때도 항상 소형녹음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잘못된 말이나 반정부적인 표현을 집어내고 물어 늘어지는 짓을 하는 바람에 불자들 간에도 마음 놓고 대화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들은 사찰에 전화를 걸어 어떤 핑계를 대어서라도 노골적으로 돈을 줄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글을 쓰면서도 누가 이 기막힌 사연을 믿을까 싶을 정도이지만 그 사실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노납이 직접 겪은 고초는 다음에 알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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