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아침을 열며-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2.07 17: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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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국학강사
김진환/국학강사-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런저런 직장생활을 하다 빠르면 40대 후반 늦게는 60대 초반에 다들 은퇴한다. 일부 자영업자를 제외하곤 그쯤이면 정든 직장을 환송 받으며 떠난다.

은퇴 이후의 우리 삶은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 최근 100세 시대를 기준으로 삼은 유행가도 나왔지만, 은퇴 후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 이상에 이르는 시간을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보내야 할까 우리는 노년의 삶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비결은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사람 안에는 신성이 있다. 성인의 반열에 든 사람은 다 사람으로 출발했고 사람으로 인정받고 사람으로 살다 갔으니 이제 우리도 성인이 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이상하게 들리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4대 성인이 우리에게 본을 보여주었듯이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포기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일 뿐이다. 성인의 공통된 특징은 더 넓고 더 많은 사람을 위해 홍익의 생활을 한 것이다. 그들은 살아서 성인이 되겠다고 작정한 사람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살다 보니 후대의 사람들이 그렇게 정하고 지금까지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홍익의 나라이다. 남의 고통을 그냥 보고 지나치지 않는다. 출근길 아무리 바빠도 길바닥에 와르르 쏟아져 버린 차에서 떨어진 수백 개의 깨진 병 조각을 하나라도 내 손으로 주워 치워져야 마음이 편한 민족이다. 이건 하나만 보아도 우리는 철든 민족이고 의식이 밝은 배달의 동포들이다. 외국인들은 이런 장면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기적 개인 중심의 사회에 물든 그들은 우리의 행동에 머리를 갸웃거린다.

지금은 전 세계가 개인과 국가의 이익을 위하여 갈등과 분열 경쟁과 대립을 자초하고 있고 이럴수록 홍익인간의 정신을 가진 어른의 나라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우리나라의 최근 정치 상황도 홍익 정치인의 부재에서 비롯되어 수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뿌리에는 국가와 종교를 넘어선 인간중심. 자연 중심의 가치와 철학이 흐르고 있다. 이 중심가치를 찾아서 우리 국민이 단합하고 화합할 때 대한민국은 강하고 선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은퇴 이후는 시간이 너무도 많다. 건강도 가꾸면 반드시 좋아진다. 건강을 바탕으로 은퇴 이후에는 홍익의 삶을 살면 장수와 장생을 함께 누릴 수가 있다. 은퇴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어르신이 되어가는 시기이다. 어르신은 얼을 잘 써서 신처럼 된 사람을 가리킨다. 죽어 지방을 쓴 글을 보면 누구누구 “신위”라고 우리는 쓴다. 그 말은 누가 누가 신의 위치에 올랐다는 뜻이다. 생전의 신분이 어떠하든지 간에 우리는 모두 죽으면 신위, 즉 신의 위치로 간다는 말이니 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귀한 말인가? 다만 우리가 나이가 들어 “어르신”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다 보니 어른으로서의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홍익하면서 어르신이 되겠다고 각오를 하면 은퇴 이후의 삶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 될 것이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다음 사항을 강조하고 싶다. 우선 뇌를 평화롭게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뇌를 평화롭게 만드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바로 집착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놓아버리면 잡은 에너지가 빠져나가 가슴이 편안해질 것이다. 욕심과 집착을 놓아버리면 당신은 더는 머리가 아픈 일이 없을 것이다.

다음은 고독을 두려워 말고 즐기라는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근원적인 고독은 결코 다른 사람이나 외부의 그 무엇으로 절대로 채워지지 않는다.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사람들은 만나고 술, 마약, 섹스, 게임 등에 탐닉하는 사람들이 있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고독은 우리를 더욱 깊이 성숙하게 하는 다리이다. 그 다리 너머에는 어른이 어르신이 되는 완성의 광장이 펼쳐진다. 깨달은 노인이 되는 것이다. 어르신의 기본 자격은 지속해서 자기 수양과 계발에 있다. 수양은 딱고 기른다는 말이고 계발은 더욱더 정진한다는 말이니 지금 하는 일을 점검하면 가능하다.

그리고 수시로 자연과 함께하자. 자연은 무한한 가능성과 포용력을 가지고 있어서 산자수명한 곳에서 조용히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도 가지자. 은퇴 이후의 삶은 진정 자기가 원하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참으로 귀한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뇌에 꿈과 희망을 주어라. 20대임에도 불구하고 몸이 약해 골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80대에도 활력이 넘치는 사람이 있다. 노년에도 여전히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주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에 문을 걸어 잠근 사람도 많다. 자기 뇌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차이이다. 우리 뇌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변화하며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뇌세포가 생겨날 뿐만 아니라 뇌세포 간에 새로운 연결망이 만들어져 뇌 기능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게 하려는 촉매제는 바로 뇌에 항상 희망의 에너지와 소재를 만들어 주어라는 것이다. 알고 보면 은퇴 이후의 삶은 참으로 신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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