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바다로, 세계로, 진해 옥포만으로
기고-바다로, 세계로, 진해 옥포만으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2.12 17: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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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해군사관학교 훈육담당 대위
김대진/해군사관학교 훈육담당 대위-바다로, 세계로, 진해 옥포만으로

태평양 바다 위에 있다. 마지막 기항지인 괌을 출항해 진해항을 향하는 중이다. 나는 해군사관학교 훈육장교로서 지난 9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순항 훈련에 제77기 해군사관생도들과 함께 올랐다. 110일간 2만여 마일을 달린 이 여정은 내 짧은 군 생활에 가장 깊고 큰 흔적을 남겼다. 함께 한 사관생도들이 순항 훈련을 통해 진정한 해군 장교로 거듭나길 바라며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그만큼 성과와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진해 옥포만 바닷물이 길러낸 사관생도들이다. 더 큰 바다로 나오기 전에는 옥포만 바다가 바다의 전부처럼 느껴졌겠지만, 순항 훈련은 생도들에게 더 큰 바다,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들이 맞이할 실무라는 미래까지도 미리 체험하게 했다. 거친 파도와 너울에 적응하는 법부터 힘든 가운데서도 함정생활의 멋과 낭만을 스스로 찾는 법까지, 생도들은 순항훈련 동안 바다를 극복하며 진정한 해군이 되었다.

생도들은 이제 더 먼 바다, 더 큰 꿈을 이야기한다.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호주, 뉴질랜드, 피지, 하와이, 괌까지, 9개 나라 10개 항구를 돌아보며 생도들은 세계를 가슴에 품었다. 세계 속 대한민국과 우리 해군의 위상을 깨닫고, 앞으로 자신들이 지켜야 할 가치들, 그리고 동포들이 보내오는 기대감 같은 것들에 눈을 떴을 것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커져서일까? 언제부터인가는 교육ㆍ훈련에 임하는 생도들의 눈빛이 사뭇 더 어른스럽다.

순항 훈련을 통해, 곧 맞이할 미래와 더 큰 길을 내다본 생도들은 그래서 질문이 잦았다. 대다수의 사관생도들은 장교로서의 전문성, 능력계발, 업무 방식 등 임무 수행을 위한 “어떻게"를 질문하고는 했는데, 나는 항상 그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 주고 나면 다시 “왜"를 되물었다. “당신들은 왜 군인이 되었는가? 부여된 임무를 왜 수행해야 하는 것인가?”

‘왜’라는 질문은 모든 질문을 다시 출발선에 가져다 놓는 것만 같다. 내가 생도들의 ‘어떻게’라는 질문에 ‘왜’라고 되물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읽어야 하고, 더 빨리, 더 멀리 나아가야 하는 가운데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 수많은 나라를 방문하고, 대양의 파도를 넘고 넘어 우리가 다시 진해항에 들어가고 있듯이.

역시, 변화 속에서도 제자리를 찾는 것이 있다. 변치 않는 것, 우리가 해군이라는 것, 함께 같은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들. 생도들이 변화에 적응하고,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가운데서도 이러한 가치들을, 그리고 초심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나 역시도 그러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순항 훈련을 통해 사관생도들은 물론, 전단 장병 총원은 변하는 것들과 변치 않는 것들의 사이에서 또 미래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다가올 2023년에는 지금 4학년 생도들이 해군 소위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들의 미래, 그리고 해군의 미래, 나와 우리의 미래가 기대된다.

해군들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 진해항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가자, 바다로, 세계로, 진해 옥포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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