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아지로 환생한 어머니
기고- 강아지로 환생한 어머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2.15 17: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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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개모/합천군 문해강사
정개모/합천군 문해강사-강아지로 환생한 어머니

날씨가 추워지면 필자는 늘 20대 후반에 타계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못다 한 효도를 후회한다. 이에 효성에 관한 여러 문헌을 살펴보는데 삶에 있어 많은 교훈을 얻고 있다.

앞서 북송 4대 서예가이자 정치인 황정견, 전남 구례군 하늘이 내린 효자 이규익, 정조 임금 때 영의정을 지낸 채체공 등의 효행을 기고한 바 있는데 오늘은 구전으로 내려오는 경주 남산 고을 최씨에 대한 실제 효성을 살펴본다.

시대를 알 수 없는 오랜 옛날 경주 남산 고을에 최씨 부부가 청상의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최씨의 어머니는 일찍이 자신과 여동생 두 남매를 두고 청상이 되었다. 앞서 최씨 어머니는 숱한 고생 탓인지 바깥 세상 한번 구경 못해보고 폭삭 늘어 40대 후반에 갑자기 타계하게 된다.

나이에 비해 심하게 늙은 최씨 어머니를 검증하는 염라대왕은 마지막 할 말을 묻자 이승의 아들을 꼭 한 번만 보고 싶다고 말하였다 이에 염라왕은 최씨 어머니의 선업과 악업을 판단하여 판관에게 인간과 가장 밀접한 개로 환생토록 명령한다.

마침내 어느 날 최씨의 집에 키우는 암캐가 새끼를 낳게 되었는데 딱 한 마리만 낳게 되었다. 보통의 개는 4-10마리까지 새끼를 낳는데 딱 한 마리만 낳은 개가 미워 최씨 아내 탑골댁은 새끼는 두고 어미개는 최씨 몰래 팔아 버렸다.

어미 잃은 암캉아지는 탑골댁은 따르지 않고 최씨를 보면 늘 꼬리를 치고 얼굴을 비비고 안기는 모양으로 좋아하였다. 이에 다시 심술 난 탑골댁은 저녁을 먹던 중 강아지가 미워 보신탕이 몸에 좋다며 잡아 먹자 하였다. 그 말을 들은 강아지는 밤중에 슬그머니 30리 밖에 사는 딸네 집 헛간으로 도망쳐 나가버렸다.

이에 최씨는 사방으로 집 나간 강아지를 찾고 있는데 우연히 한 승려가 나타나 시주를 청하면서 혼잣말로 “환생한 어머니를 잡아 먹다니”하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최씨는 그 스님께 우리 강아지가 어디 있느냐고 다그쳐 묻자 시집간 여동생 집 헛간으로 피신하였다고 말한다. 즉시 달려가 큰 소리로 어머니! 하고 부르니 숨어있던 강아지가 쫓아 나와 최씨 얼굴을 비비며 반갑게 좋아하였다.

바로 집으로 데리고 와 깨끗이 목욕시키고 그때부터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아지를 지게에 담아지고 경주 남산 고을 일대를 구경시켜주는데 3년쯤 되는 어느 날 섬릉골관음보살여래석상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잠시 강아지를 안고 쉬면서 잠깐 잠이 들자 꿈속에 나타난 어머니가 하는 말이 “아들아 이제 내 소원을 다 이루었다 나를 이곳에 묻어 달라”면서 홀연 하늘로 사라져 버렸다.

이때 깜짝 놀라 깨어보니 안고 있던 강아지가 숨져 있는 것이다. 최씨는 강아지를 눈물로 어루만지며 왕릉처럼 큰 묘를 지었다. 세월이 흘러 최씨가 죽은 후 그의 효성을 기리는 후손들이 그 강아지 묘의 봉우리에 天作棹(천작도)란 표지석을 세웠으며 이곳 마을 주민들은 지금도 그 묘를 “최씨어미묘” 라 부르고 있다. 인간은 한번 죽음으로 영원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업과 악업대로 반드시 六道輪迴(육도윤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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