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파탄가정에 화합부로 재결합
도민칼럼-파탄가정에 화합부로 재결합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2.18 16: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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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석/시인
윤창석/시인-파탄가정에 화합부로 재결합

사십대의 여성이 들어 왔는데 미인형이다. 친구의 소개로 들어 왔기 때문에 신임을 하고 집을 주었다. 그런데 그 여인은 이 지방 사람이 아닌데도 말마디나 하는 사람은 오빠고 동생이다. 사람을 사귀는 처세술이 참 좋았다. 남편 역시 동갑계를 비롯하여 사회봉사단체에 참가하여 마치 적선가처럼 행세를 했다.

어느 날 퇴근을 하는데 그 여인이 찾아왔다 반가운 얼굴을 하면서 평생 사주를 한번 보겠다며 따라 올라왔다. “관상이 잘 생겼는데 다른 거 봐서 뭐합니까? 열심히 노력하세요,” 하고는 거절을 했는데도 가지 않고 붙어 앉아서 이말 저말 하면서 내 심중에 자극을 준다.

그래서 남편 사주부터 풀어보니 텅 빈 걸인 사주였고 여자 역시 겉치레는 번드러하게 하고 다녀도 땡전 한 푼 없는 빈털터리다. 외모는 잘 생겼는데 가까이서 보니 얼굴도 빈상이고 욕심이 많고 자존심이 강해 보였다.

“겉보기는 돈이 있는 것 같은데 속은 텅 비어있습니다. 욕심내지 말고 열심히 사시면 말년에 복이 오겠습니다. 남편은 금년부터 3년간 삼재 운에다 사업할 운이 없습니다. 건강도 좋지 않고 관재 구설이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업은 잘 정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좋은 말은 없고 모두가 나쁘다고 했더니 방글거리던 얼굴이 금방 성깔이 있어 보인다. “잘못 본 것 아닙니까? 다른 데 가서 물어보면 다 좋다고 하고 올해부터 운이 대통한다고 하는데, 실망이 너무 큽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안 보는 것이 좋았을 것인데? 하면서 훽 일어나 가버린다. 기분이 나쁘게 나가버리는 여인을 바라보고 있던 아내는 ”당신은 아주 관상 보는데 요령이 없어요, 꼭 책에 있는 그대로 나쁘다고 말하면 듣기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적당하게 말을 해서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하면서 나를 나무란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잘못한 것 같다. 자주 관상이 나쁘다고 하니까 그 후부터 우리 집에서 사업하기가 싫다며 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 버리고 떠났다. 떠나자 석 달도 못 되어서 남편은 부도가 나서 감옥에 가는 신세가 되었다.

남을 속이는 마음 고치기 전에는 이들에게 행운이 올 수는 없다, 현실에 만족할 줄 알아 항상 만족하면 평생토록 욕되지 않게 산다(知足常足 終身不辱).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불황이 없는 곳이다. 삼성과 대우조선소가 있기 때문이다. 1970년 초에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 수출 1억불 달성을 위해 온 힘을 기울였는데도 1억불 달성이 어려웠는데, 금년 상반기에 삼성조선소에서 100억불 수출 달성을 했다. 그러하니 살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날 만하다. 자고 나면 땅값, 집값이 치솟고 물가가 높기로 소문나 있다.

지난해 겨울 몹시 추운 날이었다. 조선소의 때 묻은 옷차림을 한 사십대 중반의 남자가 술을 한 병 들고 찾아왔다. 가정 문제로 속이 타서 죽을 지경이라며 퇴근길에 소주를 한 잔 하고 술기운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그 사나이는 올해 46세로 부인은 한 살 아래다 그 남자의 고향은 순천이라 한다. 조선소에서 비록 험한 일을 하고 있어도 체격이며 얼굴이 잘 생겼다.

순천 가서 인물 자랑 말고, 여수 가서 돈 자랑 말고, 목포 가서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생각난다. 순천 인물에 예절이 바르고 성격이 차분했다. 그래서 술의 힘을 빌려서 찾아온 것 같다. 부인은 경북 사람인데 춤바람이 나서 집에 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혼을 하자고 하는데 아이들이 불쌍해서 죽어도 이혼은 못 하겠으니 좋은 비방이 없느냐고 한다. 두 사람의 궁합은 좋다. 년年 궁합 달月궁합이 잘 맞다.

호남 사람들은 성격이 강직하다. 그런 성격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사나이의 말을 들어보면 둘 사이가 틈이 난지는 오래 되었다고 한다. 20여년 충실하게 근무를 하여 집도 장만하고 애들 공부도 시키고 여유돈이 약간 있어서 부인에게 옷 가게를 차려 주었는데 두번이나 실패를 했다고 한다. 점원을 둘씩이나 두고 옷 가게를 했다면 제법 크게 했던 것같다. 부인은 그 때 친구따라 심심풀이로 가서 배운 춤에 빠져서 춤바람이 났다고 한다.

거제지역의 조선소 가족들 참 편하다. 남편은 오토바이 타고 출근하고 부인은 자가용 타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아침밥, 점심밥은 회사에서 저녁은 퇴근길에 회식하는 날이 많고 하니 식사 걱정 없는데다 시간적 여유가 많으니 취미생활도 하고 봉사도 하고, 또는 못다한 학교, 대학에 다니기도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알뜰살뜰 살아가는 살림꾼도 있다.

순천 사나이는 2남 1녀를 두었고 큰애가 딸인데 내년에 대학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밤낮없이 열심히 일을 한다. 보름은 야근을 하고 보름은 주근을 하면서 쉬어본 날이 없다. 야근하는 날에는 일을 하니까 부인을 만날 수 없고 주근하는 날에는 일찍 자야 하는데 그 때는 부인이 일찍 들어오지 않으니 부인 손목 잡아 본지도 일년이 넘었다고 토로한다. 열심히 살아가는 이 사나이는 부인을 너무 믿었고, 돈 때문에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 착한 부인은 친구 잘못 만나 춤바람이 나서 이혼까지 하자고 하니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워 울면서 하소연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처방은 화합부와 바람난 것 막는 부밖에 없다.

그런 액막이 부를 각각 한 장씩 써주고는 “이제부터는 야근을 하지 말고 주간 근무만 충실히 하면서 가족과 즐거운 자리를 만들어 정이 있는 생활을 하셔요.”하고는 돌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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