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고독사 어떻게
진주성-고독사 어떻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2.20 17:3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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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고독사 어떻게

내일이 동지다. 동지팥죽을 끓이려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새알심을 비비며 즐거워한다. 별미를 즐기며 이웃과도 나눈다. 세시 풍습이다. 잡귀를 쫓든 횡액을 막든 본래의 의미는 두고라도 가족이 함께하는 의미가 더 크고 값지다. 가족이 있어 행복하고 이웃이 있어 즐겁고 지인이 있어 반갑다. 삶의 보람이고 즐거움이다.

얼마 전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요즘은 아니다. 가족도 뿔뿔이 흩어져 산다. 직장 때문만도 아니다. 각자의 자유로움을 침해받지 않으려고 부모와 자식도 떨어져 산다. 서로가 짐이 될까 하는 염려도 있으나 사생활의 공유가 번거로워 서로가 불편하고 귀찮으며, 씀씀이에도 신경이 쓰이고 공동체라는 특성상의 시간을 맞추기에도 힘들어져서다. 개인의 자유만을 마음껏 누리자는 것보다는 사생활의 침해나 제약을 받고 싶지 않아서다.

권리보다 책임이 앞서는 가족 간의 희생을 강요받고 싶지 않은 개인주의다. 현실적이고 실리적이며 합리적이라는 의식의 변화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었던 공동체라는 개념의 의식이 상실된 사회로 변했다. 이웃과도 단절됐다. 담 너머로 별미가 넘나들던 시대는 옛날이 되었고 질박한 웃음소리도 넘어오지 않고 생선 굽는 냄새조차 나지 않는 폐쇄된 공간으로 서로가 멀어졌다. 처음부터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서로는 눈치 볼 것 없이 따로따로다.

주택의 구조도 변했다. 울도 담도 없는 아파트도 현관문 ‘찰깍’하고 닫히면 이웃이 있다는 개념조차 없어진다. 승강기를 함께 타고 오르내려도 말을 섞으려고 하지 않는다. 사생활이 알려지는 것도 싫고 이웃이라는 개념으로 사사롭게 얽히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서로는 무슨 일이 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작년 통계로 ‘나홀로’ 가구 수가 33%를 넘었다. 1/3이 혼자 산다는 것이다. 지인이 아닌 이웃은 그들이 밥을 먹는지 굶는지 알 수가 없다. 배부른 걱정이라 할지 모르지만, 작년 한 해의 ‘나홀로’ 임종을 맞은 고독사가 3400명이고 그 절반이 50대와 60대이며 이들 중 남성이 여성보다 4배가 많았다. 중장년이 직장을 잃고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사회로부터 단절되어 ‘나홀로’가 된다. 속절없는 용도폐기다. 이건 아니다.

경남에서도 최근 5년간 고독사의 ‘나홀로’ 죽음이 1081명으로 전국의 다섯 번째라고 했다. 50~60대의 중장년층이 절반이 넘는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이들을 집 밖으로 불러낼 정책이 시급하다. 소통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엄동설한보다 세상이 더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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