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한 해를 보내며
진주성-한 해를 보내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2.22 16: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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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한 해를 보내며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임인년이 가고 새로운 계묘년이 오고 있다. 60년 전 계묘년은 참 혹독했던 해였다. 당시 농촌의 경제 사정은 먹을 것이 없어 보릿고개를 겪던 시기였고, 보리가 날 때까지 이를 악물고 견디던 시절이었는데 설상가상 계속되는 장맛비가 내려 수확 직전의 보리가 다 썩어버려 보리 한 톨도 건지지 못하고 보리 흉년이 들어 굶주림에 허덕이던 해였다.

그러나 그때는 굶어도 이웃 간에 정이 있었고, 궂은일 좋은 일 함께 나누며 서로 의지하며 형제처럼 지냈던 시절이었다. 60년이 지난 지금, 경제는 세계 10위권에 진입했고 가히 천국 같은 세상이 되었는데, 인심은 그때보다 못하고 이웃 간의 정도 사라지고 모든 세상살이가 나 혼자만 잘 살면 된다는 개인주의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이채 시인의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라는 시(詩)는 새해를 맞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되, 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없으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이더라./ ​귀가 얇은 자는, 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 생각이 깊은 자여! 그대는 남의 말을 내 말처럼 하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그대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은 보지 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것이요./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말은 듣지 말고, 필요한 큰말만 들으라는 것이고, 이(齒)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만 먹고, 소화불량 없게 하려 함이요.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것이고./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 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랍니다./ 정신이 깜박거리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것이고, 지나온 세월을 다 기억하면 아마도 머리가 핑하고 돌아버릴 거래요. 좋은 기억,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하라는 것이랍니다./ 바람처럼 다가오는 시간을, 선물처럼 받아들이면 된다지요. 가끔 힘들면 한숨 한 번 쉬고 하늘을 보세요. 멈추면 보이는 것이 참 많습니다.’

새해를 맞는 우리 모두가 곱씹어 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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