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계묘년(癸卯年) 토끼의 지혜를 배우자
진주성-계묘년(癸卯年) 토끼의 지혜를 배우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01 17:2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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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계묘년(癸卯年) 토끼의 지혜를 배우자

계묘년(癸卯年) 토끼의 해가 밝았다. 토끼는 울음소리를 못 내어서 항상 귀를 쫑긋 세운 채 커다란 눈으로 사주를 경계하는 연약한 초식 동물이다. 하지만 토끼를 뜻하는 卯(묘)자가 갖는 의미는 다르다. 시간으로는 오전 5시부터 7시까지가 묘시다. 붉은 해가 떠올라 어둠을 몰아내고, 대지에 따뜻한 기운이 서서히 퍼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계절로는 음력 2월로 꽁꽁 언 땅이 녹고 생명이 움트는 시기다. 희망차고 새로운 기운이 강하게 밀려와 고통스러운 시간을 끝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납은 어릴 적 ‘별주부전’에 재미나게 빠져본 적이 있다. 자라의 꾐에 빠져 용궁까지 업혀간 토끼는 꼼짝 없이 간을 내놓고 죽을 위기에 처했으나 '간을 볕에 말리려고 꺼내 놓고 왔다'는 말로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건졌다. 이렇듯 토끼는 영특한 동물이다. 토끼는 때로는 게으르고 자만하게 설정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지와 지혜를 발휘하는 영민한 동물로 묘사된다. 실제 토끼의 습성도 위험을 대비할 줄 알고, 민첩하게 위기를 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동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토끼의 숨은 참모습은 ‘희생정신’에 있다고 할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다룬 ‘본생경’(本生經)에는 배고픈 탁발승을 위해 부정한 음식을 공양한 다른 동물들과 달리 제 몸을 불에 던져 ‘소신공양’하는 토끼의 일화가 나온다. 토끼는 선행으로 영원히 ‘달’(극락)에 살게 되었고, 지금까지 우리 마음속에 달의 정령으로 자리 잡고 있다. 토끼의 숭고한 보시와 탐욕 없는 마음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생경’의 토끼도 탐욕이 없었기에 자기를 희생할 수 있었다. 진정한 상생을 이뤄내기 위해 강자는 탐욕을 버리고, 약자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 또 강자는 희생과 배려를, 약자는 자기 역량을 강화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토끼와 관련된 사자성어 중에 '토영삼굴'(兎營三窟)이 있다. 토영삼굴은 '토끼가 굴을 세 개 만들어 둔다'는 뜻으로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와 위험에 대비해서 미리 굴을 3개 만들어 단속해 둔다는 의미다. 토끼가 굴 세 개를 미리 파두듯 위기에 대처하고 어려움을 이겨낼 단단한 굴을 모두가 만들어 두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새해는 토끼의 지혜와 희생을 마음에 담고 긍정과 도전의 자세로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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