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
칼럼-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02 15:0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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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

‘논어’(위령공편) 11장에 나오는 말인데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가까이에 근심이 있다.’라는 말이다. 원려(遠慮), 멀리 생각하는 원려는 다른 말로 하면 장기목표라고 할 수 있다. 즉 미래에 대한 간절한 꿈이다. 명확하고 원대하며 중장기적 목표이다.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비전이다. 현실에 안주하다 보면 미래를 잃어버릴지 모른다. 현실은 늘 어렵다. 그 어떤 시대에도 근심 걱정이 없지 않았다. 왕이나 백성이나, 부자나 빈자나, 고관대작이나 평민이나, 자식이 많은 집안이나 자식이 없는 집안이나 근심 걱정이 없던 때는 없었다. 목표가 분명하다고 일상의 근심과 걱정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가 있고 희망이 보이면 더 힘을 낼 수 있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는 한국 의병 참모 중장 신분으로 1909년 10월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狙擊)했다. 체포 후 사형 언도를 받은 1910년 2월 14일부터 3월 26일 순국하신 날까지, 여순 감옥에서 교도소장을 비롯하여 간수, 경찰, 검찰, 통역, 세무관 등 여러 사람에게 붓글씨를 써 주었다. 그중 한 점이 보물 제569-8호로 지정된 ‘인무원려 난성대업(人無遠慮 難成大業:숭실대학교 박물관 소장)’이다. 즉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큰일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논어’(위령공편) 11장에 나오는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의 뜻과 일맥상통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선 침범의 원흉을 저격하여 죽게 하면서 32세의 청년 안중근이 가졌던 원려(遠慮), 원대한 계획, 즉 대업은 의사(義士)가 순국한지 100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생생하게 우리들 가슴을 울리고 있다.

사람들은 해가 바뀌게 되면 새로운 목표를 세우곤 한다. 하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을 넘기지 못하고 흐지부지하곤 만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심을 때가 있으면 뽑을 때가 있다.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가 있고, 곡(哭)할 때가 있으면 춤출 때가 있다. 입을 열 때가 있으면 입을 다물 때가 있다. 싸움이 일어날 때가 있으면 평화를 누릴 때가 있다.’ ‘성경’(전도서) 3장 1∼8절에 나오는 내용이다.

공자께서는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 즉 생각 없이 배우면 그 끝이 허망하게 되고 배우지 않고 고민만 하고 있으면 인생이 위태롭게 된다’고 하셨으며, 19세기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이런 말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열 살에는 과자에 움직이고, 스무 살에는 연인에 움직이고, 서른 살에는 야심에 움직이고, 쉰 살에는 탐욕에 움직인다. 과연 몇 살이 되어야 인간은 지혜를 좇아 행동하게 될까? 장 자크 루소가 갈파한 말이다.

조선 최고의 엘리트로 꼽히는 율곡 이이 선생은 아홉 번의 과거시험에서 아홉 번 모두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그 비결은 공자의 유구사(有九思:아홉 가지 생각)를 들었다. 첫째 시사명(視思明):눈으로 볼 때는 밝음을 생각하라. 명확하게 본다는 것은 바른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둘째 청사총(聽思聰):들을 때는 총명함을 생각하라. 듣는 것이 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할 때가 있다. 셋째 색사온(色思溫):안색에는 온화함을 생각하고 가져라. 얼굴을 펴야 인생이 펴진다. 리더의 얼굴이 온화해야 조직이 살아나게 된다. 넷째 모사공(貌思恭):용모에서는 공손함을 생각하라. 공손함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다섯째 언사충(言思忠):말을 할 때는 진실함을 생각하라. 말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여섯째 사사경(事思敬):일을 할 때는 공경함을 생각하라. 모든 일에는 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공경스런 마음으로 일에 임해야 한다. 일곱째 의사문(疑思問):이문이 생기면 질문을 생각하라. 질문이 없으면 답도 없다. 아이들은 질문을 하면서 성장한다. 여덟째 분사난(忿思難):화가 날 때는 그 후에 닥칠 어려움을 생각하라. 화가 날 때는 한 템포 쉬어야 한다. 잠깐 멈추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다. 아홉째 견득사의(見得思義):이득을 볼 때는 의(義)를 생각해야 한다. 즉 정당한가를 생각해야 한다.

2023년은 검은 토끼띠의 해이다. 꾀 많은 토끼는 살아남기 위해 굴을 세 개나 파 놓는다는 교토삼굴(狡免三窟)이란 말처럼 토끼는 예로부터 지혜와 슬기의 상징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지혜와 슬기로 이 난국을 돌파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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