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함께 나누는 설 명절 되자
진주성-함께 나누는 설 명절 되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15 15:5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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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함께 나누는 설 명절 되자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눈앞이다.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았지만 고향을 방문해 부모와 친지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귀성 준비에 한창이다. 가족과 친지가 모여서 차례를 지내면서 조상의 은덕을 되새기고 집안이 두루 건강하고 흥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것이 설 명절의 세시풍속이기 때문이다.

설 명절은 자손들이 모여서 조상의 생전 업적을 기리며 조상에 대한 음식 공양과 함께 깨우침의 이치를 들려 드리려 진리 공양을 함께 해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설날에 우리 모두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고 가족과 친척을 만나 안부를 전하고 회포도 푸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우리 명절의 취지가 그래도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명절이 설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설 명절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를 이해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피를 나눈 친척들과 정을 나누며 효도와 우애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고, 내 뿌리의 근원을 골수 깊이 새겨 힘을 집결시킬 수 있으며 나를 상승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혈연 관계의 집단에서 지연으로 관계를 확대시켜 덕담으로 서로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줄 수도 있다.

노납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설이 시작되는 건 사실상 섣달 그믐밤부터였다. 온 집안에 불을 환히 밝혀 놓고 밤을 새워가며 조왕신을 기다렸다. ‘수세(守歲)’라는 풍습이다. 조왕신이 부엌에서 식구들의 행동거지를 지켜보다가 섣달 스무나흗날 승천해 옥황상제께 고한 후 그믐밤에 다시 온다고 믿었다. 조왕신을 기다리지 않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들 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귀성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요즘 세태를 보면 많은 사람이 설날이 지닌 본래의 아름다운 뜻을 저버리고 명절날 대가족이 만나 어우러지는 것이 편치 않다며 이를 휴가나 해외여행의 기회쯤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어 아쉬움이 없지 않다. 민족의 혼이 배여 있는 설날 대명절에 나를 세상에 있게 해준 내 뿌리의 근원에 감사하는 계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아울러 명절이면 가장 힘든 사람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홀로 사는 어르신과 불우 청소년과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들이다. 정은 나눌수록 커지는 법이다. 부처님의 자비 정신은 아무런 조건 없이 나누는 것이다. 이번 설에는 나눔의 정을 통해 우리 모두가 행복을 누리면서 코로나19를 이겨내고 환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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