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우리는 어디에서 길을 잃었을까!
도민칼럼-우리는 어디에서 길을 잃었을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16 15: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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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우리는 어디에서 길을 잃었을까!

엊그제 옆 지기인 이원규 시인이 7년 동안 음력 보름 즈음만 빼고는 거의 매일 찾아다니던 은하수를 KBS ‘자연의 철학자들-은하수를 만나러 간다’편에 내보이고 이 추운 겨울에 한여름을 추억해 본다. 시골에 가면 마당에 모깃불을 피우고 평상에 누워 보던 한 무리의 구름과 그곳에 박힌 별들을 할머니는 은하수라고 했다. ‘저기 견우가 있고 저기 직녀가 있는데 음력 칠월칠석이 되어야만 서로 만날 수 있단다’라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해 주시는 그 사이에도 강처럼 구름 같은 모양이 흘렀고 별들은 그사이에 더 초롱초롱 빛이 났다.

도시는 말할 것도 없지만 시골도 임도까지 가로등이 있어서 요즘 사람들은 육안으로 별빛을 보기가 쉽지 않다. 볼 일이 없으니 관심도 그만큼 없어서 별에 관한 이야기를 문학작품이라면 모를까,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교과서에서 우주에 대하여 알려주면서 별자리를 외우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이제 우리처럼 할머니에게 별에 관한 전설을 듣는 세상은 아닌 듯하다. 별 대신에 폭죽을 쏘아 올리고 네온사인의 화려한 빛이 더 친근한 게 요즘 풍경이다. 그래도 사람들의 마음에는 본연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맛있는 과자가 넘쳐나도 군고구마가 먹고 싶고 시속 300km의 KTX가 다녀도 걸어서 둘레길을 걷고 싶어 한다.

2023년 새해가 지나고 있고 곧 설날도 멀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만 3년을 지나면서 우리 주변에 웬만한 사람 모두 코로나에 한 번쯤은 감염되었다는 소식을 종종 전해 듣는다. 처음에는 엄청 무섭게 인식되던 바이러스가 요즘은 7일 격리면 해제된다. 실외는 벌써 마스크 사용이 자유화되었고 실내도 곧 풀릴 거라고 한다. 의학이 발달하고 평균수명은 길어진다는데 알 수 없는 병은 많아지고 병원 갈 일은 더 늘어나는 형편이다.

새해가 되면 서로들 격려하고 새 희망이라는 들뜬 분위기가 일어나는데 가난한 청년들 전세 사기에, 대출이자 상승으로 영끌족들 한숨 쉬는 이야기에, 남북대치로 긴장까지 거기에 지난해 일어난 이태원 참사 진상 파악은 지지부진, 물가는 천정부지, 재미나는 일이 없다. 이러다 설날 가족들이 서로 모이기나 할런지, 모여서 서로 자신들의 급박한 상황으로 엉뚱하게 싸움들이나 하지는 않을는지 명절이면 사건 사고가 많지만 어느 해보다 올해 명절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사람은 신명으로 사는데 지금 대한민국, 대립만 극심하고 혐오는 빈번하고 무언가 방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자기와 다른 사람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 없이 진영논리에 갇히고 광화문 한쪽에서는 촛불집회가 한쪽에서는 태극기부대가 서로를 향한 비난만을 연출하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도가 높은데 왜 우리 사회는 더 나아지지 않는 걸까? 정치인들은 과연 우리의 민의를 올바르게 대변하고 있는 걸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또 시끄러울 텐데 그런 뉴스를 지금부터 보아야 하는 국민들은 벌써 피곤하다.

새해, 새 정부, 새로움, 이런 단어들은 설렘을 가지고 와야 하는데 정적 제거, 일어난 참사에 대한 대응 부족, 모든 문제에 전 정권 탓, 현재 경제 상황은 세계 경제 탓,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보면서도 필요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공격성 발언까지 이러니 국민들의 정서가 안정이 될 수 있겠는가!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가 더 득세를 하는 세상에서 돈 많은 부모를 만나지 못한 사람들은 집 한 채라도 가지려면 믿을 데는 로또나 코인이나 주식 밖에 없으니 점점 더 투기 자본만 불어나는 모양새다.

우리 어디에서 길을 잃은 걸까?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나만, 내 가족만, 내 편만 잘 살면 된다고, 그것만을 위해서 발전하고 도약하고 상승하고자 했던 그 시점은 아니었을까! 설날, 다 같이 모여 돈 버는 이야기 말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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