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선진 대한민국 & 메디치 고성 & 디카시
도민칼럼-선진 대한민국 & 메디치 고성 & 디카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16 15: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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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시인·창신대 명예교수
이상옥/시인·창신대 명예교수-선진 대한민국 & 메디치 고성 & 디카시

일반적으로 선진국은 인구 5천만, 1인당 GDP 3만불 이상이 기준이 되고 있는데, 한국은 이미 이 수치를 넘어섰다. 2021년 7월 2일 68회차 유엔무역개발회의 무역개발이사회에서도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확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계열 경제연구소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지난 12월 15일 '아시아경제 중기 예측 보고서’에서 일본의 1인당 GDP가 올해 한국에 따라잡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 동아시아 1위를 유지하며 2035년 한국의 1인당 GDP는 6만달러를 웃돌고 대만과 일본은 5만달러대로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정말 선진국이 맞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 부정적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네이버 지식IN의, 한국의 현재의 상황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한 20년 전쯤에 앞으로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최고상을 수상하고 한국 가수가 빌보드를 씹어먹는다고 하면 다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라든가, “한 30년 전쯤에 한국이 반도체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조선업에서 1위가 될 거라고 하면 헛소리 작작하라는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라는 글처럼 수십 년 전에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꿈의 현실이 도래했다.

2004년부터 경남 고성에서 지역문예운동으로 시작된 디카시가 내년이면 20주년을 맞는다. 디카시는 한국을 넘어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등 해외로 확산되고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 환경 자체를 시쓰기의 도구로 활용한 디지털 시대 정신을 반영하는 극순간 멀티 언어 예술로 디지털이라는 뉴미디어와 선진국 대한민국이라는 부모가 생산해 낸 옥동자이다. 물론 디카시라는 옥동자를 키운 건 팔 할이 경남 고성이다. 고성은 디카시의 메디치다. 지역문예운동을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글로벌 문학 장르로 키워낸 사례는 아마 디카시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발상지로 호명되는 것은 미디치 가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은 메디치 가문의 후원으로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 예술에 전념할 수 있었다. 유럽 최초의 공공도서관인 메디치도서관에는 유럽 각지의 희귀 도서와 고문서로 가득 채워져 있다. 메디치가 없었다면 오늘 피렌체대성당, 메디치 리카르디궁, 우피치미술관은 없었을 것이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으로 화가, 조각가, 철학자, 시인, 건축가, 과학자 등 수많은 천재들이 피렌체에 모여들어 꽃 피운 것이 르네상스다.

디카시 지역문예운동을 지금까지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의 최남단 인구 5만의 소도시 고성이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비록 고성이 작은 군소재지지만 선진국 대한민국의 한 지자체이기 때문에 메디치 가문처럼 디카시를 지원해 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 디카시의 오늘은 선진 대한민국으로 귀결된다.

제3세계 후진국 중에서 경제 대국이 되고 민주국가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다. 아직 내심은 대한민국이 과연 선진국이 맞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이 갑자기 떼돈을 벌어 삐까뻔쩍 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명품 옷을 입고 다니는 졸부 같아서야 되겠는가.

대한민국의 정신문화도 선진국에 걸맞게 구축됐는가는 별개라 할 것이다. 메디치 고성이 가능성 있는 한 지역문예운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서 오늘의 디카시를 만든 것처럼 각 지자체마다 더욱 지역문화예술의 메디치가 돼서 각양각색의 백화난만한 정신문화를 꽃피워 명실상부한 선진 대한민국이 되기까지는 좀 더 인고의 세월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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