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
진주성-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26 16:2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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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

설날이 지나고 또 한 해의 시작이다. 잠시도 쉬지 않고 흐르는 세월이 새삼 참 빠르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인생 80을 눈앞에 두고 가끔 명상에 잠기면, 어릴 때의 추억이 엊그제 같은데 어언 80년이고 많은 친구들은 이미 세상을 하직했으니 ‘세월이 화살 같고 사람의 한평생이 찰나’라고 했던 말이 실감이 난다.

어떤 선인(先人)은 ‘사람이 태어남(生)은 구름 한 점 생겨남이요, 사람의 죽음(死)이란 구름 한 점 흩어짐이다.’ 즉 허공에 한 점 구름이 나타났다 사라짐이니 무엇에 그리 애착할 일이 있겠는가.

요즘 백세인생이라 말들을 하는데 백 년을 살더라도 그 또한 찰나인 것을, 우리네 인생들은 죽기 살기로 남을 헐뜯고 온갖 욕심(명예욕, 재물욕, 성욕)의 노예가 되어 허둥대다가 구름 한 점 흩어지듯 사라지는 것이라는데 허욕의 노예로 살아야 할까?

옛날 중국 당나라에 살던 노생이라는 사람에게는 세 가지 소원이 있었다. 큰 부자가 되는 것, 출세하여 명성을 얻는 것, 아름다운 여자(아내)를 맞이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생은 신선도를 닦는 여옹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노생은 여옹에게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간절히 애원했다. 묵묵히 노생의 말을 듣고 있던 여옹은 목침을 꺼내 주며 쉬기를 권하였다. “이보게. 이 목침을 베고 잠깐 눈을 붙이게. 그동안 나는 밥을 짓도록 하겠네.” 의아해하던 노생은 여옹이 시키는 대로 목침을 베고 누워 단잠이 들었다.

그런데 그 이후 노생의 인생이 바뀌었다. 그는 과거시험에 응시하여 장원으로 급제하여 황제의 치하를 받으며 큰 벼슬에 올랐고, 권력을 가지게 되자 재산은 저절로 불어났다. 부(富)와 명성을 차지한 노생은 아름답고 현명한 아내를 얻어, 총명하고 귀여운 자식들과 함께 영화로운 삶을 마음껏 누렸다. 80이 넘도록 잘 살고 있는데, 문득 꿈인 듯 생시인 듯 “밥이 다 되었으니 이제 일어나 밥 먹게나.” 노생이 눈을 번쩍 떠보니 여옹이 밥상을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모두가 한바탕 꿈이었다. 80년 동안에 누렸던 부귀영화가 잠깐 밥 짓는 사이에 꾸었던 꿈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일장춘몽이라고 했던가.

허황한 욕심을 부렸던 노생의 부탁을 여옹은 기꺼이 다 들어주었는데 그 또한 밥 짓는 순간에 불과했으니 우리네 인생 잘살건 못살건 허욕을 버리고 분수대로 적당히 베풀면서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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