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골프, 오늘 감(感)은 왔는가!
아침을 열며-골프, 오늘 감(感)은 왔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29 16: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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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
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골프, 오늘 감(感)은 왔는가!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새해부터 세웠던 계획들은 작심삼일(作心三日)에 불과하지 않았나 궁금하기도 하다. 늘 그래왔듯이 어떤 이는 금연(禁煙)을, 어떤 이는 금주(禁酒)를 그리고 어떤 이는 뱃살 빼기 다이어트(diet)를 결심하기도 한다. 필자(筆者)를 포함한 지인들 또한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들 있다. 남성들은 단연 금연과 금주가 우선이고, 여성들은 다이어트가 우선이다. 이유 또한 확연히 구분된다.

금연과 금주의 이유는 건강, 다이어트의 이유는 작년에 비싸게 샀던 원피스나 바지를 멋지게 입는 것이다. 배와 허리가 늘어나서 입지 못하는 비싼 옷들을 보며 아쉬움을 짓는 분들이 꽤나 있을 것이다. 바로 옆에도 있으니까 두말하면 잔소리다. 필자의 결심은 좀 다르다. 담배야 이미 끊었으니 금연은 아니고, 술은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금주도 아니다. 게다가 체중도 최근 몇 년간 별다른 변화가 없으니 다이어트도 아니다. 올해의 결심은 ‘골프(golf)’라는 운동을 단순화와 체계화해 보자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몇 가지 사항을 긁적여보고자 하며, 좀 더 자세한 단순화와 체계화는 2월 칼럼에 게재 예정이다.

‘골프’라는 단어의 최초 등장은 1457년 스코틀랜드 제임스 2세(왕)가 ‘골프’를 금지하는 문서를 작성하면서 처음 소개되었다. 그 당시 사람들이 본연의 국방 임무인 ‘활쏘기’를 소홀히 해서 내린 조치라고 하니 아마 어지간히도 골프를 즐겼나 보다. 그때부터 시작된 골프의 역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군가에 의해서 완벽하게 정복된 적이 없다. 앞으로 그만큼의 세월 동안에도 정복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도 없다. 골프 자체가 인간의 실수를 유발하는 경기종목이라고, 14개의 클럽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멘탈(mental,마음,정신세계)이 주요 경기요인인 운동이라서, 아니면 변화무쌍한 자연과의 싸움이라서 도저히 정복할 수 혹은 이겨낼 수 없다고 해야 할지를 필자도 그저 멍할 뿐이다.

어쨌든 이런 골프라는 운동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골퍼들이 목숨 걸고 클럽(club)을 휘두르고 있다. 우리나라 골퍼들도 코로나19로 지난 3년 동안 굳게 닫혔던 하늘길과 바닷길이 열리면서 공항은 해외 골프 나들이객으로 크게 북적인다. 길게는 5박 7일, 짧게는 3박 5일의 일정이다. 이들은 대개 골프장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골프만 친다. 오전 18홀과 오후 18홀 게다가 더 열정적인 사람은 틈새 9홀, 총 45홀을 미친 듯이 골프장을 휘젓고 다닌다. 국내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3~5일 정도 열심히 치면 어느덧 뭔가가 보이는 듯하다. 골프가 이런 거구나! 골프 감(感, feeling)이 왔다! 국내에 들어가면 동반자 00는 죽었어!라고 그 옛날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Archimedes)가 부력(浮力)의 원리로 금관의 순도(純度)를 알아내면서 외쳤던 유레카(eureka,알아냈다)를 외칠지도 모른다.

필자 역시도 수십 번의 해외 전지훈련을 하고 귀국할 때마다 속으로 외쳐봐서 이들의 기분과 그때의 황홀함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自負)한다. 괜한 자부심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귀국해서 몇 번의 경기(round)는 그야말로 중년(中年)의 허세(虛勢)가 꽤 있었다. 가끔 골프 연습장에서도 이런 허세스런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아니 자주 있었다가 맞다. 가령 90분 연습 중에 힘이 빠져서 집에 가려고 하는 마지막 10분쯤에 잘 맞아지는 공은 지금까지 허리가 끊어지는 듯하고 손가락의 물집과 같은 모든 고통과 짜증을 잊게 할 정도로 기분과 감(感)이 좋다. 이를 필자는 ‘감(感)이 왔다’고 표현했었다. 갑자기 과거형이라 놀라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 이런 감이 왔을 때 골프 지인인 멘토(mento,지도자,스승,선생)에게 얘기하면 그 멘토는 늘 이렇게 답했었다. “당신이 믿는 그 감은 감나무에 매달린 감(persimmon)처럼 내일이면 땅바닥에 떨어지니 믿지 마라”. 이를 지금에서야 느끼게 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제라도 시작부터 끝까지 2초의 ‘골프 스윙’에 단순화와 체계화를 시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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