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열린 사회와 새로운 시장을 향하여
도민칼럼-열린 사회와 새로운 시장을 향하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29 16: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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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택/경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 부단장
김승택/경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 부단장-열린 사회와 새로운 시장을 향하여

‘이슬람’ 하면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혹시 IS나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 집단이 먼저 떠오르든지 아니면 부르카를 뒤집어쓰고 눈만 내놓고 다니는 여성을 떠올릴 겁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사우디’ 하면 무엇이 떠오릅니까? 부유한 왕자와 석유, 높은 빌딩으로 뒤덮인 도시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왜 우리는 ‘이슬람’ 하면 공포를 느끼는데 ‘사우디’ 하면 친근한 나라 혹은 우리 노동자들의 건설 현장을 떠올리게 될까요?

우리의 인식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한가지 질문을 더 던지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알라’ 하면 무엇을 떠올리십니까? 아마 이슬람교의 신을 떠올릴 겁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입니다. 알라는 하느님이란 뜻입니다. 이슬람권에 사는 기독교인들도 그들이 믿는 신을 지칭할 때 ‘알라’라고 합니다. 이슬람과 기독교에서 지칭하는 ‘알라’나 ‘하느님’은 같은 신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꾸란에는 예수님에 대한 기록이 무함마드보다 많이 기록되어 있고, 무함마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종교적 갈래로 본다면 이스라엘 국민이 믿는 유대교보다 기독교에 더 가까운 게 이슬람인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슬람 하면 기독교와는 완전히 다른 종교, 타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종교를 떠올릴까요? 아마 최근 이슬람의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만든 IS나 알카에다 같은 집단이 대표적인 이미지로 굳어져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이슬람의 역사를 보면 상대적으로 타 종교에 관대한 편이었습니다. 그것이 이슬람의 급격한 성장 배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어느 종교나 마찬가지로 배타적이고, 공격적이었을 것입니다. 거대제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문화적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게 인류 역사가 보여주는 일관된 모습입니다. 유럽이 중세란 천년의 암흑기를 거칠 때 세계 문명의 중심은 이슬람권이었으며, 약 1200년 동안 중심 국가는 이슬람 제국이었습니다. 스페인은 800년간 이슬람 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프랑스 남부, 이집트 등도 200년 이상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중세를 끝내고 유럽이 근대로 넘어가는 시작점을 르네상스라고 합니다. 그 르네상스가 바로 이슬람 지배하에 있던 스페인의 톨레도란 곳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서양 문물의 발생지는 유럽이 아니라 바로 이슬람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당시 이슬람권에서 꽃피우던 과학 문명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하는 일이 톨레도 지방의 성당을 중심으로 크게 일어났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가 일어날 수 있었고 유럽으로 전파될 수 있었습니다. 이슬람이 개종 아니면 죽음이란 식으로 타 종교를 핍박했다면 800년이나 지배하고 있던 톨레도에 어떻게 많은 성당이 존속할 수 있었겠습니까?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이슬람에 대한 공포는 유럽인의 공포가 그대로 이식된 면이 큽니다. 실제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오스만튀르크제국이 세계 최고 강국이었으며, 유럽은 천년 동안 그들이 침공할까 봐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 오랜 세월 이슬람에 대해 극한적인 공포를 느꼈습니다. 그 공포가 유럽문화의 전파와 함께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이슬람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그들과 어깨를 겯고 미래 발전을 도모할 때가 되었습니다. 지구상에는 195개 국가가 UN에 등록되어 있고 그중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나라는 57개국이며, 인구로는 20억에 이릅니다. 지구 인구 80억의 1/4입니다. 중동 국가 25개국 중에 이스라엘을 제외한 24개국이 이슬람이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이미 우리와 가까운 많은 나라가 이슬람권입니다. 언제까지 외면하고 지낼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95%에 이르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종교가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합니다. 이런 문화는 외국과의 통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해 왔습니다. 개방적이지 않은 무역 국가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슬람 문화권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할랄 상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세계적인 유명상표들은 앞다투어 중동지역의 갑부를 표적으로 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경남의 기업들도 그 시장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슬람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포용을 통해 시장을 넓히고 열린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줄 때입니다. 우리 모두 열린 생각으로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슬람 시장개척을 통해 이 어려움을 이겨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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