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꽃다발 선물(1)
기고-꽃다발 선물(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31 14:54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경자/합천 수필가

문경자/합천 수필가-꽃다발 선물(1)


사람이 살다 보면 싸울 일이 많다. 꼭 사람과 다투는 일 외에도 춥거나 덥거나 힘이 들 때 그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 봄에는 꽃구경, 여름에는 휴가를 가야 한다며, 가을에는 단풍 구경, 겨울에는 스키를 타야 하고, 남이 하는 것 다 해야 직성이 풀린다며 싸우는 부부들도 있다. 그런 것들을 하지 않으면 남에게 뒤처지는 것처럼 괜히 마음이 편하지 않다. 무덤덤하게 그냥 회사를 다니고 가족의 경조사를 챙기며 일상의 변화가 없는 사람도 있고, 또 별나게 남의 일에 참견을 하고, 내가 해결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두 팔을 걷어붙이고 용감하게 관심을 드러내는 것도,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다.

우리 부모님도 작은 일을 가지고 서로 언쟁을 벌렸다. “오늘 갱자가 구구 셈을 외우지 못해서 벌을 섰다는데 공부를 좀 가르쳐 주어요.” 하며 엄마가 아버지께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 말을 듣고 있던 아버지는 “공부 못하는 거는 엄마를 닮았다.”고 하자 억울한 엄마는 그것이 내 탓이냐며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대꾸를 하였다. 저러면 안 되는데, 엄마가 참아야 하는데, 그때 아버지는 소리를 버럭 지르며 밖으로 나갔다. 막걸리 집에 가서 또 술을 맘껏 드시고 오시면 불안하였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어두운 밤이 빨리 지나가기를 빌었다. 나는 절대 친구들과 싸우지 말자 내일부터는 구구 셈을 잘해서 부모님이 웃는 얼굴을 보고 싶었다.

나이가 들면서도 맘이 맘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친구들과 말다툼도 하였다. 어쩌다 옆집에 사는 은영이 아버지가 집안에 있는 살림을 다 부수고, 아이들에게 큰소리를 질러 모두 겁을 먹고 이웃집으로 피신을 하였다. 방문도 발로 차고 닥치는 대로 시원하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은영이 아빠는 부끄러워 집 밖에도 나오지 못했다. 은영이 엄마는 눈두덩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냇가나 우물가에 가는 일도 창피해서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싸움을 할 때는 자기가 최고였다. 하루 건너 한 집에 부부싸움을 한다. 아예 자주 싸우며 무관심해졌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처럼 혼자서 싸움을 하는 사람은 없다. 아예 싸움을 하지 않고, 무덤덤하고 싱겁게 사는 집도 있다. 싸워야 정도 들고 서로의 마음을 알 수도 있다.

상대가 말이 없으면 절대로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다. 시어머니는 시집을 와서 야무지게 살림을 잘했다. 아버님은 술을 좋아하셔서 막걸리만 떨어지지 않게 챙겨 드리면 만사가 해결되었다. 말씀이 없으시니 아무리 말을 걸어도 꾹 다물고 그냥 “조용히 해라”하며 끝이다. 울화통이 터진다며 어머니는 애꿎은 주전자를 빡빡 문지르며 뚜껑을 막 흔들며 맑은 물에 헹군다. 밉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주전자를 깨끗하게 씻는다는 사실이다. 살아 생전에 소원이 있다며 “너거 시아버지하고 한번 싸워보는 게 소원인데, 일찍 세상을 떠났으니 원통하고 분하다.”며 우리에게 하소연을 하셨다. 지금도 생각하면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