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진주성-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31 16: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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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봄을 기다리기는 아직 이른데 이번 겨울은 유난히 봄을 기다리게 한다. 전에 없던 강추위가 연일 계속되고 TV 뉴스마다 난방비 폭탄이라며 여기저기서 야단들이다. 기온은 곤두박질치고 기름값과 가스값은 치솟았다. 계속되는 강추위에 난방 연료의 사용량은 늘어나고 연료비는 올랐으니 비용부담은 최대극점으로 치닫는다. 이럴 땐 날씨라도 따뜻해지면 좋으련만 철 따라 요지부동인 자연의 섭리라서 순응은 하면서도 야속한 마음도 든다.

“이번 겨울은 너무 추워서 고생이 많겠어요” 승강기의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다가 택배물 상자를 포개 들고 허겁지겁 달려와 승강기를 타는 택배기사에게 인사치레로 한 말이었는데 “감사합니다”하며 고개까지 숙인다. 닫혔던 문이 열리자 상자 하나를 잽싸게 집어 들고 나가 현관문 앞에 내려놓는데 승강기가 닫히려기에 다시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휴대전화로 택배 상자를 사진으로 찍고 승강기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 듯이 들어선다. 눈 깜작할 순간이다. “이럴 땐 봄이라도 어서 오지” 푸념 같은 소리로 위로라도 한답시고 한마디 더 던졌더니 “뉴스 보니까 쪽방촌 노인들이 너무 불쌍해요” 김이 서린 보안경을 올리며 가쁜 숨에 섞여서 나온 택배기사의 말에 가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귓불이 얼어서 빨갛게 되었으면서 쪽방촌의 노인들을 걱정하는 택배기사의 말이 온종일 머릿속을 휘젓는다. 하지만 내일이면 까맣게 잊어버릴 나를 알기에 내 모습이 더 초라하다.

남해안의 섬마을에는 계속되는 가뭄으로 목욕이나 빨래는 엄두도 못 내고 식수마저 떨어져 지난 설에는 고향 오려는 자녀들마저 오지 못하게 하였다며 식수 보급선이 오는 날만 기다린다는 뉴스를 보았으나 안타까움은 그때뿐이었지 아침마다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면서도 물을 아껴야지 하는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린다. 남의 죽음이 내 고뿔만도 못하다는 속담은 있지만, 예전처럼 배를 곯는 것도 아니고 헐벗고 사는 것도 아니면서 어쩌다 이렇게 무정하고 모질어졌을까. 모자라서 허덕거리는 것보다 넘쳐나서 탈인 것이 더 많은 시대를 살면서 인정은 왜 자꾸만 메말라 가는 걸까. 밥때이면 방물장사도 밥상머리에 같이 앉히고 날 저물면 길손에게도 아랫목을 내어주던 그때 그 시절은 주린 배 채우기도 모두가 힘들었으나 작은 것이어도 나눔의 이치를 알았다. 아직도 봄은 먼 곳에 있다. 시린 겨울을 녹일 마음의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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