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풍습
정월 대보름 풍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2.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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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곤/밀양동명고 교사ㆍ경남국학원 이사

새해 들어 처음으로 달이 가득 차는 보름날을 정월 대보름이라 하여 우리 조상들은 명절 가운데 으뜸으로 여겨 상원(上元)이라고도 했는데, 하루 전인 14일 새벽닭이 울면 퇴비 한 짐을 논에다 뿌려놓고, 처마에 달아 두었던 수숫대 묶음을 내려 1년 동안 쓸 비를 매면서 한 해 농사가 시작됨을 알렸다.

보름날은 고을마다 지역마다 여러 가지의 전통놀이가 전해 오는데 아침부터 여러 복장을 한 풍물패들이 온 동네를 울리며 가가호호 방문해 새해 소원과 만복을 빌어주며 지신밟기로 정월 대보름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대보름날은 아홉 집 이상의 밥을 얻어먹어야 그해 운이 좋고 무병장수한다고 해 그릇을 들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찹쌀·검은 콩·팥·차조·수수 등에다 밤과 대추 등 다섯 가지 이상의 곡식을 넣어 지은 밥을 나눠 먹는 홍익(弘益)의 풍습이 있었으며 ‘부럼 깨기’는 은행, 호두, 날밤, 잣 등을 깨물며 일 년 열두 달 동안 종기나 부스럼이 생기지 않기를 빌었고, 청주 한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귀가 잘 들린다고 하여 귀밝이술(明耳酒)을 나눠 먹기도 했으며, 상대방 이름을 부르면서 “내 더위 사가라”하며 더위를 팔면 그 해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호박고지·가지나물·버섯·고사리 등 여름에 말려둔 나물을 삶아 먹는데 묵은 나물을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전한다. 사람들은 보름날 각종 음식을 잘 먹었지만 개에게 밥을 주면 여름에 파리와 병충해가 들끓어 발육이 좋지 않는다고 하여 개에게는 음식을 주지 않아 ‘개 보름 쇠듯 한다’는 속담이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개와 달리 소에게는 보름날 아침 푸짐한 밥과 나물을 차려 주었는데, 소의 건강이 한해 농사일을 좌우했기에 대우가 달랐는데 소가 밥을 먼저 먹으면 풍년이 들고, 나물을 먼저 먹으면 목화가 잘 자란다고 믿었다.
대보름이 가까워지면 동민 모두가 합심 단결하여 달집을 준비하여 저녁 대보름달이 오르면 솔가지와 대나무를 집채만큼 둥그렇게 쌓아놓은 달집에 모여 영월(迎月)행사를 시작하는데 각자의 소원을 적어 달집과 같이 태우면서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소원을 비는 행사로 대보름 놀이는 절정에 이른다.

어느덧 달이 떠올라 동네를 밝히면 아이들은 구멍 뚫린 깡통에 불을 넣고 빙글빙글 돌리며 노는 ‘망우리(망월 望月) 돌리기’는 그야말로 대보름 밤을 환히 수놓는 멋진 광경으로 처녀 총각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논과 밭둑을 태우는 ‘쥐불놀이’는 해충을 없애 주어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가 담긴 놀이로서 여자들은 빈 방아를 찧으며 나락을 축내는 쥐가 없어지라고 소리 질렀고 아이들은 쥐불에 나이만큼 뛰어 넘어 면서 잔병이 없기를 빌기도 했다.

어른들께서는 떠오르는 달의 윤곽이 희미하거나 달무리가 지면 흉년이 들고 둥글게 가득 찬 밝고 환한 달이 뜨면 그 해에 풍년이 들것이라 믿었으며, 중천에 떠 있는 달빛이 붉으면 가물 징조라 여겼고, 희면 장마가 들 징조라 여겼다. 한편 마을 사람들의 협동심을 길러주는 줄다리기는 두레, 향약, 품앗이의 근간이 되었으며 줄다리기가 끝나면 줄을 썰어서 논의 거름으로 썼다. 휘영청 천지를 밝히는 정월 대보름 밤 달집태우기로 타오르는 불기둥을 중심으로 온 들판을 수놓는 쥐불놀이와 어우러져 아이들이 좌우로 날뛰며 돌리는 망우리 돌리기에 아낙네들의 널뛰는 장면을 상상하면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얼마나 과학적이고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자손만대로 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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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성 2013-09-27 19:24:11
우리네 마음도 보름달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