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설중매 피는 2월
진주성-설중매 피는 2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07 15: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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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설중매 피는 2월

사람들은 누구나 내일을 바라보며 앞만 보고 산다. 여유나 겨를이 있어야 뒤도 돌아보고 옆도 볼 건데 서민들의 삶은 언제나 팍팍하여 그러지 못하다.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이고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라지만 가진 자와 덜 가진 자의 근심 걱정의 체감온도는 확연히 다르다. 죽기 살기로 바동거리며 잠시 잠깐의 여유도 갖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슬픈 일이다.

시계가 멈춰도 세월은 가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해는 아침마다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 딱 하루만이라도 멈춰주든지 아니면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만 돌아 줘도 숨을 돌리겠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난다. 경제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사는 것이 예전만 못하다. 노동임금은 분명히 올랐는데 왜 살기가 힘들어질까. 씀씀이를 줄여야겠다는 소리가 푸념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랐다. 생필품과 식자재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야단들이다. 물가상승 기류는 올라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까지 부추겨 덩달아 오르게 한다. 인플레이션일까. 경제학자들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왜 돈이 헤픈 것일까. 액면가의 체감온도도 사람마다 다른데 분수에 맞게 살기도 힘들어졌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은 공평한 공용이어서 가진 사람과 덜 가진 사람을 구별하지 않기 때문에 덜 가진 사람을 언제나 허덕거리게 한다. 따라는 못가도 흉내라도 내야 사는 세상이다. 문명의 기기들은 기능과 성능에 따른 효율성과는 무관하게 고가품이라도 사치품의 개념에서 벗어나 일용품이 되었고 문화의 영역은 향유의 개념에서 벗어나 함께하는 공유물이 되었다.

절제와 분수의 개념이 변질된 시류는 아닐까. 황새를 따르려는 뱁새가 가엽게도 애처롭다. 이왕 개념 탈피의 시대라면 고정관념화된 상대적 가치관의 개념이 절대적 가치관의 개념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잔설을 뚫고 복수초가 피고 눈꽃 속에서 설중매가 피었다. 벌과 나비가 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동토의 땅에 뿌리를 내린 것만으로 만족하며, 설한풍이 매몰차게 휘몰아쳐도 기어이 자신의 꽃을 피워낸다. 사람들은 그 강인한 지구력을 가상하게 여기며 그 기개를 찬양한다. 2월! 복수초가 피고 설중매가 핀다. 우리들의 꿈도 피어나는 2월이다. 우리의 미래인 새내기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온다. 우리의 꽃으로 화사하게 피어나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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