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대춘부(待春賦)-봄을 기다리며
진주성-대춘부(待春賦)-봄을 기다리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12 15:0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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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스님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대춘부(待春賦)-봄을 기다리며

봄의 길목이라는 입춘(立春)이 지나고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여전히 바람은 차갑기만 하고 동장군은 물러갈 줄을 모른다. 한마디로 입춘이 지나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우리 동네 진주에서는 추위 속에서도 얼마 전 납매가 꽃망울을 터드렸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조만간 홍매화도 피어날 것이다. 지금의 추위가 지나면 봄도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봄이 오면 시인들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대춘부(待春賦)'를 짓는다. 대춘부는 봄을 기다리는 시이자 노래를 말한다.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 중략/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 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대춘부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신석정 시인의 시 '대춘부(待春賦)'이다.

입춘은 동지(冬至) 이후 대지의 음기가 양기로 돌아서면서 모든 사물이 왕성하게 되는 24절기의 시작이다. 음력으로 첫 절기인 입춘은 한 해의 시작은 물론 봄의 시작을 알리는 반가운 절기다. 이 무렵은 심했던 한기가 물러가고 온기가 왕성해져 얼음도 녹기 시작하고 땅 속의 새싹이 돋아나는 시기다. 입춘이 지났는데도 아직 대지는 얼어붙어 있지만 우주엔 이미 봄 기운이 돌고 대지에 뿌리 박은 식물들은 움틀 준비를 하고 농부들은 논밭을 갈고 농사지을 채비를 하게 된다.

입춘이 지났으니 이제 계절은 서서히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달래, 냉이, 씀바귀 같은 나물이 자라면서 봄의 정취는 점차 깊어지게 된다. 시냇가의 버들가지는 연한 녹색 빛을 내보이기 시작하고 겨우내 차가운 바람 속에서 인내한 매화와 동백은 하얗고 붉은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앙상한 나뭇가지마다 파란 싹이 돋아나게 되면 봄은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직 한파가 맹위를 떨치면서 수은주가 영하에 머물고 있고 꽃샘 추위도 한두 번 찾아오겠지만 봄은 서서히 찾아오게 된다. 어려운 서민 경제가 힘들게 하지만 꽁꽁 언 우리 가슴을 녹여 줄 봄은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해 줄 것이다. 올 봄이 어느 해의 그것보다도 간절하게 기다려지는 것은 지난 겨울 추위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봄은 저 들녘 너머 어디쯤 새 풀 옷을 입고 분명 가까이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비록 힘들지만 우리 모두 가슴을 펴고 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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