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솔직한 심정
도민칼럼-솔직한 심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13 15:2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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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솔직한 심정

국민연금이 앞으로 30년 후면 고갈될지도 모른다고 연일 뉴스가 떠든다. 지방의 대학들에는 1명도 지원하지 않는 학과도 생겨나고 경쟁률은 서서히 없어지고 원서만 넣으면 가는 학과도 생겨나더니 심지어 폐교될 위기에 놓였다는 뉴스를 본다. 상상이 잘 안가지만 지금 사는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소멸될 지방 도시들이 발생할 거라고 한다. 경남에서도 부산 김해 창원 진주 등의 대도시를 빼면 모두 위험한 지역이 된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저출산이다. 결혼과 출산은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다. 정부나 국가가 강요할 수 없다. 안정된 환경, 사회적인 분위기가 전제되어야 자연스럽게 혼인을 하고 혹은 동거를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데 전 세계가 어떤가? 그 중 대한민국은 초저출산이다. 당연하다고 본다. 이렇게 소득의 대비가 심하고 사람에 대한 차별이 심하고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은데 누가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겠는가?

사회적인 이야기가 아닌 내 개인의 솔직한 심정도 이에 못지않다. 성년인 아들을 둘 두었으나 나는 별로 결혼을 권하고 싶지 않다. 각종 SNS에 올라오는 행복한 결혼사진이 부럽지도 않다. 결혼으로 짊어지고 갈 부담이 너무 눈에 보여서이다. 부모가 부유해서 자식에게 최소 집 한 칸이라도 장만해 줄 여건이라면 모를까? 대기업을 다닌다고 한들 배우자도 마찬가지인 상태가 아니라면 홀로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것부터가 빚일 테고 월급생활자가 감당하기에 금리는 들쑥날쑥이고 고용환경도 언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불안을 모두 젊은 아이들에게 감당하라고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청년들 똑똑하다. 그리고 현실을 너무 잘 안다. ‘나 때는 말이야’ 같은 말로 아이들에게 어설픈 희망이나 인내를 말하지만 우리 5060세대는 대부분 다 같이 어려워서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너무 급이 나뉘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내 손자, 손녀를 종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자산을 인구 5%가 소유하고 있는 나라에서 여러분은 자신이 어느 계층이라고 생각하는가? 부모가 고위관직이나 재벌이면 같은 죄도 그 자녀는 받지 않는다. 지방대학은 소멸해 가는 시대에 대학은 소위 SKY급은 되어야 하는데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이미 물 건너 간지 오래다. 부모가 과외나 학원으로 보완해 주지 않으면 어려운 게 현실이지 않은가! 그 일류대학을 나왔다고 해도 인맥 사회, 경쟁사회에서 농어촌특례로 들어간 아이들은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젊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받아온 차별을 자신의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겠는가? 남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대로 20대 한창 혈기 왕성한 때에 의무복무제로 자신의 청춘을 잠식당한다는 열패감이 들고 여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대로 부모 세대를 통하여 여성의 한계에 부딪히는 현실을 보고 자라는데 여기서 ‘애국심’을 들먹여 아이를 낳으면 애국자라고 추켜세우지만 누구를 위한 애국자인가? 이미 대한민국은 일부 계층을 위한 나라가 아닌가? 의무복무제도 ‘어둠의 자식들’만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럼에도 누구나 그 일부 계층이 되고 싶어서 그들을 지지하고 그들의 편에 서보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죽어라 뛰어도 부자나 권세가가 되기는 쉽지 않다.

어느 20대 젊은 친구의 페북을 본다.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하는 가성비 중심 대한민국 사회는 그놈의 가성비 때문에 가성비 있게 빠르게 망할 거다’라는 글에서 그들의 절망을 읽는다. 우리 더 이상 국민들에게 착해지라고 호도하지 말자! 누구를 위한 애국자인지 모르는 애국심을 말하지 말자! 진작부터 출산을 위하여 동남아시아 여성들을 데려와 혼인시켜 자녀를 낳게 하고 차별하는 이런 세상에서 대안이랍시고 이민정책을 쓰겠다는데 헛웃음이 나온다. 서울시는 이제 맞벌이 가정을 위하여 도우미도 수입하겠단다. 사람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그 생각이 변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출산율이 올라가기를 원하는가? 최소 기본이라도 지키고 살 수 있는 사회여야 가능하다. 공공재 필수재도 원가 운운하며 비용을 올리고 ‘자유’를 기치로 이윤이 우선인 민간 기업에게 공공재를 맡기려고 하는 사회, 도대체 얼마나 돈을 벌어야 우리는 최소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지 이렇게 대비되는 사회, 이렇게 차별이 극심한 사회를 조정하지 않는 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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