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인간은 생각하지 않는 갈대다
도민칼럼-인간은 생각하지 않는 갈대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16 16:1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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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택/경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 부단장
김승택/경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 부단장-인간은 생각하지 않는 갈대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이 말은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의 인간에 대한 정의다. 이것은 인간의 두 가지 속성. 하나는 생각하는 주체로서 모든 사물을 대상화시켜 감각하고, 감각된 자료를 분석하여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 인간은 그러한 판단이 옳은지 틀린 지 확신하지 못하여 끊임없이 흔들리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정의에 의문을 느낀다. 왜냐하면, 생각이 없는 인간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배우 A와 B가 사랑에 빠졌다는 뉴스를 본 C가 D에게 “A와 B가 사랑에 빠졌데”라고 말한다면 C에게 자기 생각이 있었을까? 현대사회에 넘쳐나는 이런 정보의 거품을 걷어 낸다면 얼마의 정보가 남을까? 90% 이상의 지식을 가장한 정보가 사라지리라는 생각을 한다.

눈을 감고 우리가 한 오늘 일정을 생각하며 했던 이야기를 곰곰이 반추해 보자. 아마 90%는 그냥 주워들은 이야기를 옮기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것이 시대의 담론인 양 생각하고, 그 엉터리 정보를 주워섬기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특히 정치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더 심하다. 그런데 어떻게 인간을 생각하는 주체라 할 수 있겠는가?

2002년 대니얼 카너먼이라는 심리학자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가 주창한 이론이 행동주의 경제학이라는 것이다. 그 이전에는 경제만큼은 시장이 완전 경쟁에 있을 때 인간의 이성이 작용하여 이성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경제학 이론을 펼쳐 왔다. 그러나 카너먼 같은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는 이성이 아닌 감정이었다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그때그때 기분에 따른 구매 결정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현대 철학 사조 중에 구조주의 철학자들이라는 일군의 철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논리를 범박하게 표현한다면 “인간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되어진다”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언어라는 바다에 던져져 언어라는 물에 헤엄치고 자랐기 때문에 각자가 태어난 물의 환경에 따라 자기가 생각한다는 착각 아래 생각되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특정 사회환경에서 길러진 습관에 따른 기계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관상이나 첫인상 같은 것을 생각해 보자. 동물인 인간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오랫동안 집단이 쌓아온 분석력을 기반으로 우호적인 사람과 적대적인 사람을 빨리 파악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었다. 그것이 관상이라는 공동체의 원형과 같은 판단의 밭이 되었다. 그러므로 관상이나 첫인상 같은 판단도 개개인의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공동체의 것인 셈이다.

원점으로 돌아가자. 필자는 위의 여러 가지 이론과 현실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믿고 싶다. 아니 우리 인간은 그러한 방향으로 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은 매일매일 갈대처럼 흔들린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 이것이 옳은지 저것이 옳은지 분석할 에너지도 없으며, 능력도 모자란다. 그러면 어떻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 진정한 생각하는 갈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첫 번째 뉴스와 SNS를 끄자. 뉴스를 꼭 봐야 한다면 영상을 보거나 귀로 듣는 걸 멀리하고 핸드폰을 이용하여 텍스트로 읽자. 읽는 것은 정보가 이성과 부딪쳐서 2차적으로 수용되는 반면에 영상과 소리는 즉각적으로 정보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독서를 하자. 무엇을 읽어도 글자만 읽을 뿐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이 너무 많다. 어려운 책을 읽으라는 게 아니다. 만화라도 꾸준히 읽다 보면 문해력이 늘고,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하루에 한 줄이라도 일기를 쓰라고 권하고 싶다. 꼭 일기가 아니라도 좋다. 어떠한 종류든 하루에 한 줄이라도 무언가를 끄적이다 보면 지성에 대한 자각이 생기기 때문이다. 독자들이여 이제부터라도 생각하는 갈대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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