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윤달(閏月)과 예수재(預修齋)
진주성-윤달(閏月)과 예수재(預修齋)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19 14:4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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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윤달(閏月)과 예수재(預修齋)


오늘은 음력으로 2월 초하루다. 2월이 지나면 또 한번 음력 2월이 오는데 바로 윤이월이다. 윤달(閏月)은 음력의 역일(曆日)과 계절이 서로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 끼워 넣은 달이다. 음력의 1달은 29일과 30일을 번갈아가며 사용해 1년이 354일이 된다. 365일을 기준으로 하는 양력과는 11일이 차이가 난다. 윤달은 이러한 날짜와 계절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개념으로 2~3년에 한 번씩 온다.

윤달은 예로부터 '손없는 달' 또는 '무탈한 달'이라 해서 평소에 할 수 없는 궂은 일을 하는 관습이 있다. 하늘과 땅의 신이 인간에 대한 감시를 하지 않아 부정을 타거나 액이 끼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집안에 못을 하나 박을 때도 방위를 보았는데 윤달엔 송장을 거꾸로 달아도 탈이 없다고 여겼다.

세시풍속을 집대성한 동국세시기에는 윤달에 하는 각지의 풍속들이 자세히 적혀 있는데 "수의를 만드는데 좋고 혼인하기에 좋다.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 장안의 여인들은 사찰을 찾아 불공을 드리며 복을 구하고 노인들은 극락세계에 간다해서 다투어 절을 찾는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관습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윤달이 되면 조상의 묘를 이장하거나 화장을 하고 마음 놓고 이사를 하고는 한다.

절에서는 윤달에 예수재(預修齋)로 불리는 생전예수재를 지낸다. 생전예수재란 살아있는 사람이 ‘죽기 전에(生前)’ 전생의 업을 ‘미리(預)’ ‘닦고(修)’ 사후에 극락 세계로 가기 위해 살아있는 동안 미리 부처님의 법을 배우고 실천해 지혜와 공덕을 쌓는 재를 말한다. 49재나 수륙재(水陸齋)가 죽은 자의 명복을 빌고 극락 왕생할 수 있도록 하는 의식이라면 예수재는 생전에 공덕을 닦아 사후에 지옥 등 고통의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극락 왕생하고자 하는 의식이다.

예수재는 ‘예수시왕생칠재의(預修十王生七齋儀)’라는 의식집에 근거를 둔 것으로 도교의 시왕신앙(十王信仰)을 불교에서 수용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예수재는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시작돼 조선중기까지 성행한 대표적인 불교전통의례 가운데 하나다. 소승은 코로나19 시대에 생전예수재가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가 인류가 전생에 지은 업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생전예수재는 또한 불자들이 생전에 미리 닦는 단순한 재의식을 넘어 스스로를 맑게 닦기 위한 수행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윤달에 생전예수재를 통해 중생 모두가 공덕을 쌓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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