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7)
칼럼-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7)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06 16:0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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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7)

▶모기에 물려 죽은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드로스 대왕(BC356~BC323·33세. 재위:BC336~BC323·13년):마케도니아 왕이었다. 부왕이 암살되자 20세의 젊은 나이로 왕이 되어 그리스 왕국에서 시작해 이집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와 페르시아까지 통치했고,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까지 동방 원정을 떠났던 그는 장군이자 군주였으며 전투에서는 항상 앞장에서 전진했으며, 전장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던 정복자였다.

그는 전쟁 중에도 늘 크세노폰의 ‘1만 병사의 퇴각’,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오디세우스’등의 역사책을 항상 옆에 두었다. 그래서 그는 ‘불멸의 신’으로 칭송받았다. 대왕은 연전연승(連戰連勝)을 하고 있었는데 고국인 북그리스의 펠라에서는 심각한 갈등이 일어나 아버지 필리포스는 살해당하고, 어머니는 돌에 맞아 죽었다. 대왕은 이런 충격을 잊어버리려고 하루에 술을 4리터씩이나 마셨다고 한다. 바빌론의 한 항구 도시에서 한 자리에서 5리터의 붉은 포도주를 한 번에 마시고는 10일 동안이나 일어나지 못하다가 정복자의 죽음치고는 어처구니가 없이 위대한 영웅이 적장(敵將)의 칼이 아니라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균에 감염돼 33세의 젊음을 뒤로 한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는 33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인생의 절반을 전쟁터에서 보낸 전설적 인물이었다.

그와 관련된 일화가 교훈적이다. 알렉산드로스가 한 노인에게 “왕권이란 무엇이냐?”고 물었다. “욕심이 만들어 낸 옳지 못한 힘, 운 좋은 자들이 부리는 객기, 겉만 번지르르한 짐이다.”그러자 다시 알렉산드로스가 물었다. “나는 저기 해가 지는 곳에서부터 시작해서 이곳, 해가 뜨는 곳까지, 모든 땅과 모든 인간들을 소유한 사람이오. 노인, 당신은 무얼 가지고 있소?” 노인은 누운 채로 대답했다. “우리는 태양과 빛과 달과 물을 가지고 있지. 그것이면 사는데 충분하지.”

일본의 어느 시인의 시구(詩句)가 되새겨진다.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도 모기에게 물리다니!’라며 하루의 삶을 찬탄했다. 이 시인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생의 기적이라는 교훈을 던졌으며, 어느 철학자는 그의 죽음을 보고 ‘어제는 온 세상도 그에게 부족했으나 오늘은 두 평의 땅으로도 충분하네. 어제는 그가 흙을 밟고 다녔으나 오늘은 흙이 그를 덮고 있네!’라고 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12년 8개월 동안 왕위에 있었다. 자기가 정복한 땅에 ‘알렉산드리아’라고 이름 지은 도시를 70개나 건설하였는데 다섯 명의 장군들이 그가 정복한 제국을 분할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권력을 잡기 전 멀쩡하던 사람이 권력을 잡은 다음 달라지는 모습을 자주 본다. 플루타르코스가 쓴 ‘비교전기’를 보면 페르시아를 정복하기 전과 후의 알렉산드로스는 다른 사람 같다. 옛날에 그는 그리스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애썼다. 그는 마케도니아 사람이었는데, 그곳은 그리스의 변방이라 그리스 사람들이 그를 마음으로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리스에서 존경받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스승으로 모셨고, 그리스 사람들이 좋아하던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를 암송했으며, 거지꼴을 한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무례하게 굴어도 유쾌하게 받아넘겼다. 디오게네스는 위대한 철학자였지만 노숙을 했다. 큰 나무통에 들어가 살았다. 그가 디오게네스를 찾아가 물었다. “내가 임금인데 필요한 것이 뭐 없습니까?”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대답했다. “댁이 햇볕을 가리고 있으니 옆으로 비켜주시오.”

그러나 그가 우두머리가 되고 나서는 다르다. 초심이 보이지 않았다. 자기를 신의 아들이라 불러주는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인 채 옛 친구를 숙청했고, 전쟁터에서 자기 목숨을 구해준 장군 클레이토스를 죽이기까지 했다. 죽음이 임박하자 누구를 후계자로 할 것인가? 라고 물었는데 “가장 강한 자로 하라. 그리고 내가 죽거든 묻을 때 나의 손을 밖으로 내놓아 사람들이 나의 빈손을 볼 수 있게 하라. 대왕도 죽을 때는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어라.” 신하들은 대왕이 정복자답게 거창한 유언을 남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숨을 거둘 때는 인간 본래의 모습을 찾았던 것 같다.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용기 있게 살고 영원한 명성을 남기고 죽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로다! 온 세상이 마음에 차지 않았던 그였지만 이제 하나의 무덤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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