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외래어에 시들어가는 우리의 말
기고-외래어에 시들어가는 우리의 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07 15: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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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호/시인·수필가
장철호/시인·수필가-외래어에 시들어가는 우리의 말

외래어를 자랑스럽게 사용하는 지식인들을 어린 청소년들이 우러러보거나 존경스럽게 생각하는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그런 걱정이 사실화 되어 가고 있다.

대 로마가 망한 것은 군대가 약해서도 살림이 어려워서도 아니다. 자기 나라 글과 말, 그리고 자기 나라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외래어 사용을 자랑스럽게 여긴 지도층의 국민정신 때문이다. 이는 곧 외국어를 아무 생각 없이 어느 때라도 마구 사용하고 있는 우리가 반성해야 될 문제라고 본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동상에서 바라보면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는 크고 작은 외국어 간판이 많이 보인다. 이건 세종대왕을 욕하는 것이고 국민정신이 흐트러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나 서울시에서 최소한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만이라도 외래어 간판이나 현수막, 선전물 등은 규제해야 된다고 본다.

외국에서 온 어느 유학생이 한국인들은 외래어를 너무 많이 쓸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는 외래어를 사용하면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더라고 한다. 지금 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내 집(아파트) 이름조차 우리나라 말인지 외래어인지 외계어인지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 말과 오래어가 합성된 이름은 우리 누구도 심지어 세계 어느 나라 사람도 이해할 수 없는 이름이 있다. 예를 들면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 ‘동탄시범다은마을월드메르디앙반도유보라’, ‘울산블루마시티서희스타힐스블루원아파트’등이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조차 자기 아파트 이름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너무 길어 이름을 다 외우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전국에 새로 분양하는 대부분의 아파트는 10자가 넘는 한글과 영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또는 외래어인지 외계어인지 구분이 안 되는 이름으로 지어졌다. 우리 정신이 깃든 좋은 한글 이름이 사라지는 것을 두고 단순 안타깝다라고만 보고 넘기면 안 될 것 같다. 외래어가 법원 등기부 등본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공무원이 공무상 작성하는 공문서에 버젓이 기록되는 이런 행위는 곧 국민정신을 일부 잃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리의 정신을 담고 있는 첫 번째가 우리말이다. 우린 그런 정신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그 정신이 외래어에 흔들리면 나라는 망하게 된다. 중국 대륙을 지배했던 청나라 국민 대부분이 자기 나라 말이 아닌 중국말을 자랑스럽게 사용하다 멸망했고, 이를 알고 있던 일본은 36년간 우리나라를 강제 점령하면서 우리 말과 글을 없애려고 하였으나 결국 우리 국민정신이 흔들리지 않아 해방이 되었다. 만약 우리가 일본말을 하고 일본 글을 쓰게 되었다면 우린 끔찍하게 그들의 노예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매우 염려스럽다. 한자에서 온 말이 많고 일본말 찌꺼기를 그대로 쓰고 있으며, 서양말이 끼어들기 시작하여 우리말이 많이 흐트러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방송이나 신문, 심지어 정치인들의 말까지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지 않던 외래어가 일상화되었다. 우리나라 말과 글을 사랑한다는 학자들은 이를 보고 아무런 언급도 반성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계속 우리말을 더럽히고 있는 것을 고쳐 보려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안타깝다.

중요한 것은 배우지 못한 사람보다 오히려 많이 배웠고, 남들이 우러러보는 사람들이 외래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국민정신이 흐트러져 가는 작은 악의 씨앗이 될 것 같아 안타깝고 혼란스럽다. 이제 우리 모두 외래어와 외계어에 시달려 아우성치는 우리나라의 말을 구원할 때가 온 것 같다. 당장 이름만은 외계어 같은 말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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