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이건 아니다
진주성-이건 아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07 15:16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건 아니다

봄밤이라서일까. 비몽사몽으로 온갖 잡념들이 머릿속을 휘저으며 분탕질을 해대는 바람에 꿈자리마저 뒤숭숭하다. 세상사의 허와 실이 뒤죽박죽으로 헝클려서 올도 새도 가르기가 혼란스럽다. 여명을 가시기도 전에 허공을 박차는 춤사위가 심상치 않다. 살풀이일까. 푸닥거리일까. 치성도 아니고 내림굿도 아니다. 창검이 부딪히는 살기 띤 쇳소리가 소름을 돋치게 한다.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 아직은 이른 새벽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착시일까 착란일까 아니면 시류의 오류일까.

어디부터 헝클어져서 새를 못 가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디가 매듭인지조차 찾지 못하고 더듬거리고 있는 것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어 혼란스럽다. 분명한 것은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아침의 들머리에서 모두가 현기증이 난다. 우쭐거리고 껍죽거리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모양새가 추하다. 더듬거리고 헤맬 때가 아닌데 길눈이 어두운 것인가. 선후 완급을 가리지 않고 왜 저러는 것인지 답답하고 숨 막혀서 빽! 하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다. 지름길에서는 오만함을 버려야 하고 잘 못 든 길에서는 어리석음을 깨달아야 한다. 들이민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이러라고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이럴 거라고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러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할 일이 따로 있는데 어쩌자고 이러나. 그거였지 이건 아니다. 작용에 따른 반작용도 있다. 따라서 언제 어떻게 어디까지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 신중해야 한다. 하고 싶다고 다 해서도 안 되고 할 수 있다고 다해서도 안 된다. 해야 할 것만 가려서 해야 한다. 해야 한다고 반드시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도와 때가 있다. 해도 될 때가 있고 해서는 안 될 때가 있다. 할 때가 되었다고 아무나 하여서도 안 된다. 해야 할 사람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그러라고 그랬지 이러라고 그런 게 아니다. 반드시 그걸 해야 한다. 그것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초석이 부실하다. 갖춰질 때까지 기반부터 다져야 한다. 자중해야 한다. 정성을 다해야 한다. 갖추지 못하면 허무하게 무너진다. 그래서 이래서는 안 된다. 반드시 그걸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라고 그랬던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것 하나 바라보고 그랬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건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