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살며 생각하며우수경칩도 지나고 진주 남강과 대동강이 풀리는 새봄이 돌아왔다. 쌀낱만 하던 매화 꽃망울이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고, 한겨울 남강을 주름잡던 청둥오리 떼들이 눈에 보이게 갈 길을 재촉하니 한산해졌다.
이 희망찬 새봄과 함께 우리 모두가 상대를 배려하고 친절을 베풀어 살맛 나는 세상을 열었으면 한다.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잘난 사람이 못난 사람에게 좀 친절과 아량을 베풀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 전 진주중앙시장에 잠깐 볼 일이 있어 수정동 쪽에 차를 세우고 다녀왔는데 주차관리 하시는 분이, 10분도 안되었는데 그냥 가시란다. “500원이라도 받으라.” 해도 꼭 그냥 가란다. 누가 우리 사회를 삭막하다 했을까?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지키고 있는데 천원 이천 원 받아 무슨 큰돈이 될까? 돈이 문제가 아니고 그 마음씨가 봄바람처럼 훈훈했다. 사실 그 전에 주차를 하고 좀 늦게 돌아오니 관리인이 퇴근하고 없었다. 할 수 없이 그 뒷날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주차료를 드렸더니 당연한 일을 두고 몹시 고마워했다. 아마 그때를 기억하셨을까.
2〜3일 전 멀쩡한 바지의 지퍼가 고장 나 옷 수선 가게에 맡겼다. 1시간 후에 오라는 전화를 받고 갔는데 자주 오지 않는 곳이라 얼른 찾을 수 없었다. 마침 주차관리선 밖에 잠깐 차를 세우고 주차관리 하시는 분께 “이 근방 옷 수선 가게가 어디냐?”고 물으니 대답은 하지 않고 벌레 씹은 표정이다. 그리고는 “빨리 저리 빼어 가라!”고 야단을 친다. 전화를 받고 왔기 때문에 30초도 걸리지 않을 시간인데, 알고 보니 옷 수선 박스는 주차관리원 박스와 붙어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큰 노력이 드는 것도,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닌 친절, 필자는 700여 명의 노인대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더 새봄을 맞아 친절과 배려를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