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살며 생각하며
진주성-살며 생각하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09 15:0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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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살며 생각하며

우수경칩도 지나고 진주 남강과 대동강이 풀리는 새봄이 돌아왔다. 쌀낱만 하던 매화 꽃망울이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고, 한겨울 남강을 주름잡던 청둥오리 떼들이 눈에 보이게 갈 길을 재촉하니 한산해졌다.

이 희망찬 새봄과 함께 우리 모두가 상대를 배려하고 친절을 베풀어 살맛 나는 세상을 열었으면 한다.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잘난 사람이 못난 사람에게 좀 친절과 아량을 베풀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몇 해 전 서해안 쪽으로 갔다가, 길을 잘못 들어 진주로 온다는 것이 광주 쪽으로 가고 있었다. 밤중에 안개가 심해 10m 앞도 분간이 안 되어 도로 표시판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너무 운전이 위험해 대형 화물차 뒤를 따라가다가 간이휴게소에 쉬었다. 휴게소에서 기사에게 진주 쪽 방향을 물었는데, 그 기사님, 볼펜과 종이를 가지고 내려와 약도를 그려가면서 상세하게 안내해 주었다. 흔히들 경상도와 전라도는 지역적으로 선입감이 좋지 않게 평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정치인들 개인의 이해관계 때문이지 전혀 그렇지 않았고 너무도 친절해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

얼마 전 진주중앙시장에 잠깐 볼 일이 있어 수정동 쪽에 차를 세우고 다녀왔는데 주차관리 하시는 분이, 10분도 안되었는데 그냥 가시란다. “500원이라도 받으라.” 해도 꼭 그냥 가란다. 누가 우리 사회를 삭막하다 했을까?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지키고 있는데 천원 이천 원 받아 무슨 큰돈이 될까? 돈이 문제가 아니고 그 마음씨가 봄바람처럼 훈훈했다. 사실 그 전에 주차를 하고 좀 늦게 돌아오니 관리인이 퇴근하고 없었다. 할 수 없이 그 뒷날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주차료를 드렸더니 당연한 일을 두고 몹시 고마워했다. 아마 그때를 기억하셨을까.

2〜3일 전 멀쩡한 바지의 지퍼가 고장 나 옷 수선 가게에 맡겼다. 1시간 후에 오라는 전화를 받고 갔는데 자주 오지 않는 곳이라 얼른 찾을 수 없었다. 마침 주차관리선 밖에 잠깐 차를 세우고 주차관리 하시는 분께 “이 근방 옷 수선 가게가 어디냐?”고 물으니 대답은 하지 않고 벌레 씹은 표정이다. 그리고는 “빨리 저리 빼어 가라!”고 야단을 친다. 전화를 받고 왔기 때문에 30초도 걸리지 않을 시간인데, 알고 보니 옷 수선 박스는 주차관리원 박스와 붙어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큰 노력이 드는 것도,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닌 친절, 필자는 700여 명의 노인대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더 새봄을 맞아 친절과 배려를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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