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이런 사람들을 보라(2)다람쥐가 쳇바퀴 돌린다는 말은 우리가 자주 듣는 말이다. 5분이고 10분이고 열심히 땀 흘려 돌려 보지만 숨만 가쁠 뿐일 테다. 제 딴에는 힘이 들어 잠시 쉬다 보면 처음 달리던 그 자리에 서 있다. 누렁이 개 꼬리가 세월이 흐른다고 하얀 꼬리로 변하지 않는다. 이처럼 흙수저로 태어난 사람은 자수성가 한 사람도 있을 테지만, 평생 힘들여 궂은일만 해도, 삶이 윤택해지기는 어렵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형국이고 누렁이 개 꼬리가 하얀 꼬리로 변하지 않듯 말이다.
공사 현장에 잡부 직으로 일하는 사람을 예를 들어보자. 일 년이 가고 십 년이 지나도 삶이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이들이 날마다 죽어라 힘든 일을 하지만, 삶이 윤택해지지 않는다. 단지 머리에 흰머리가 늘어날 것이며 이마에 석 삼자로 팬 골은 깊어만 갈 것이며 눈 밑 양 볼도 주름살만 늘어 가는 것이 달라졌다고나 할 것이다. 새벽 인력시장에 팔려 다니면서 막노동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다. 아파트경비원이나 공공기관 청소하는 사람, 허울 좋은 요양 보호사, 병원에 간병인, 시설경비직인 감시 단속적 근로자 등등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는 많고도 많다.
그러나 이는 상위 계층인 국가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할 뿐이다. 하위그룹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마치 강 건너 사람들의 잔치마당에 먹고 마시는 모습을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는 수십 년 자영업을 하다 IMF 여파로 그만두고 아내가 일해 먹고 살았는데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나 병원에 입원했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에 아파트 건설 현장에 경비직으로 일했던 적이 있다. 태어나서 고정적인 틀에 얽매인 일을 처음 했던 아파트 공사현장은 서울에 어느 용역회사에서 주관했다. 그러기에 나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내가 일을 그만둘 때까지도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었다.
어찌 되었건 나로선 처음 경험하는 직장생활이었다. 하루종일 근무하고 일요일만 쉬기 때문에 몸이 좋지 않아도 병원에 갈 수도 없었다. 일 마치는 시간이면 병원 문 닫는 시간이며 또 일요일만 쉬기 때문에 치료받을 시간 여유라고는 없었다. 그렇지만 의료 보험료를 매월 떼어 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도 근로기준법도 오래전에 만들어져있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며 52시간을 초과하고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으면 고용주는 처벌을 받게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대선이나 총선 때는 법정 휴일로 정해져 있다. ‘근로자가 투표하지 못하게 하는 사업장은 처벌받는다.'라고 정해져 있다. 그러나 공사 현장에 경비원으로 일하는지라, 감히 투표하러 가겠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이처럼 아파트경비원이나 건물관리인, 그리고 시설물 경비원이나 감시 단속적 근로자는 내가 헤아려 보지 못했지만, 수없이 많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근무하면서 감히 투표하러 간다고 고용주에게 말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때 공사 현장에만 해도 수백 명 넘는 사람들이 투표는 아랑곳없이 뙤약볕 아래 뛰어다녀야만 했다. 근로기준법을 망라해 모든 법이 상위층인 갑에 속해진 사람들을 위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엔 신문이나 방송 언론에서 많이 다뤄지고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갑을 관계에 얘깃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갑과 을 상하가 상류층 국민이 하류층 모든 국민이 법에는 평등해야 할 것이다. 서로 인격을 존중해주면 좋은 명랑 사회, 좋은 나라 대열에 우뚝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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