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건달(乾達)
진주성-건달(乾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12 16:5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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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건달(乾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노는 사람이나 불량배를 건달(乾達)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건달이라는 말이 불교 용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건달은 불교 용어 건달바(乾達婆)에서 온 말이다. 건달바는 수미산 남쪽의 금강굴에 살며 제석천의 음악을 맡아 보는 신으로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만 먹고 허공을 날아다닌다고 한다. 고대 인도의 신으로 별자리를 관장하며 향(香)만을 먹고 사는 신으로 인도에서는 악사(樂士)나 배우를 가리킨다.

인도 신화에서 건달바는 천상의 신성한 물 '소마'를 지키는 신이다. 그 소마는 신령스런 약으로 알려져 왔으므로 건달바는 훌륭한 의사이기도 하며, 향만 먹으므로 식향(食香)이라고도 한다. 건달바는 제석천의 음악을 담당하는 신이며, 고기와 술을 먹지 않고 향만을 먹는다. 항상 부처님이 설법하는 자리에 나타나 정법을 찬탄하고 불교를 수호한다. 인도에서는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건달바는 사람이 죽은 뒤 다른 몸을 받기 전인 영혼신(靈魂身), 곧 중음신(中陰身) ·중유(中有) 등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태어날 다른 곳을 냄새로 찾아다닌다고 하여 심향행이라고도 불린다.

건달바는 모두 사자의 갈기와 같은 관을 쓰고 있다. 석굴암의 8부중, 경주남산의 동서 3층석탑,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8부중의 석재, 경주박물관 소장 8부중에서 건달바를 볼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건달패'라는 용어는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노는 사람, 또는 불량배 집단을 일컫는다.

건달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용어는 백수건달이다. 백수는 백수건달의 줄임말이다. 백수는 원래 돈 한 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건달을 의미했으나 현재는 무직자를 지칭하는 단어가 됐다. 또 '이태백'은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조어다. 부모에 기대어 생활하면서 취업도 않고 공부도 안 하는 젊은 백수들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취업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보여준다.

건달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결코 건달을 미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예나 지금이나 건달보다 못한 부류의 사람들이 너무 많아 씁쓸하다. 특히 사회 지도층이라고 대접받던 사람들이 사람으로서 할 짓을 하지 않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은 아무래도 꼴사납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건달보다 못해서야 어디 우리 사회가 제대로 바로 설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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