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춘분과 피안(彼岸)
진주성-춘분과 피안(彼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19 16: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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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춘분과 피안(彼岸)

내일(3월21일)은 24절기의 하나인 춘분(春分)이다. 춘분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춘분을 즈음해 농가에서는 농사 준비에 바쁘며, 바람이 많이 불어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요즘 아침저녁으로 바람살이 제법 매섭고 차다. 이는 풍신(風神)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이라고 해서 ‘꽃샘’이라도 한다.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본다. 이는 현재의 세상 즉 사바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저쪽에 있는 깨달음의 세계를 말하며,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이르는 열반의 세계를 일컫기도 한다. 그러므로 '봄의 피안'이라고 하면 봄에 그런 경지가 되도록 수행하는 시기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연유로 불가에서는 봄이 되면 수행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는 것이다.

피안은 해탈한 후의 내세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의 의미는 '저쪽 언덕'이다. 피안이란 윤회의 세계에서 수행을 통해 열반의 세계로 도달하는 과정을 고통의 땅에서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 행복의 땅에 도착하는 과정에 비유한 데서 생긴 말이다. 즉 생로병사의 고통, 탐욕, 어리석음 등으로 윤회하는 이 세계를 '이쪽 언덕'이라는 뜻의 차안(此岸)이라고 하고 반대로 모든 고통과 속박에서 자유로운 깨달음의 세계를 저쪽 언덕이라는 뜻의 피안이라고 한다.

행복의 땅으로 이르는 뗏목은 불교의 진리이고 뗏목을 저어서 가는 노력은 수행이다. 대승불교에서는 이러한 수행을 바라밀이라고 한다. 바라밀은 '저쪽 언덕에'와 '도달하다' 라는 뜻이 결합한 말이다. 피안은 사진처럼 한없이 꽃밭이 펼쳐져 있으며, 낮도 밤도 계절도 없고 그저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에 감싸여 있다. 그곳은 죽은 자들이 모여서 염마왕의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곳으로,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고 대화도 하지 않고 피안에서 묵묵히 기다리는 것으로 자신이 죽은 것을 자각한다.

진정으로 피안에 이르는 길은 아직도 잘 모르는 저편의 정토가 아니라 사바세계, 즉 우리가 사는 현실의 세계인 고뇌와 슬픔이 가득한 지옥 같은 절망의 사바세계에서 개개인의 지혜와 자비를 열고 보여주며 희망의 등불을 밝혀 나간다면 이곳이 천국이고 극락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아울러 피안의 주기에 조상의 혼령이 극락왕생할 것을 기원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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