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한국의 뒷담화 문화와 베트남 에피소드
도민칼럼-한국의 뒷담화 문화와 베트남 에피소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21 11: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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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시인·창신대학교 명예교수

이상옥/시인·창신대학교 명예교수-한국의 뒷담화 문화와 베트남 에피소드


베트남은 서구적인 자유분방함이 있어 좋다. 베트남에 1년 넘게 체류하며 체질이 개선됐는지, 젊었을 때부터 머리가 희었는데, 최근 앞머리 부분 일부가 염색을 한 듯 검정 머리칼로 서서히 변하고 있어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체질 개선도 개선이겠지만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고 주말에는 여행하며 유튜브도 하고 글도 쓰며 디지털 노마드로 평소의 꿈을 실현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베트남에서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나 자신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거의 완벽의 주체적 삶을 산다.

한국 사회는 세계사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근대화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아직도 전근대성 혹은 탈근대성이 혼재돼 있는 국면이다. 비록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후진적 문화를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뒷담화 문화도 선진 대한민국에는 어울리지 않는 후진 문화다. 디카시 지역문예운동을 펼치면서 서구 선진국 같으면 당하지 않았을 수많은 뒷담화에 이골이 나 있다. 근자에도 근거 없이 뒷담화 수준의 글을 허위로 SNS에 적시한 것을 보고 있다.

베트남만 해도 뒤에서 수군대며 비방하거나 상채기를 내는 뒷담화 문화는 거의 없다. 최근 베트남 메콩대학교에 타이완 티처가 4개월 전에 와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Pei Le는 타이완 정부에서 파견한 티처로, 프랑스 교환학생으로도 가서 공부했고, 프랑스의 대학에서 조교도 하고 또 중국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는 28세의 엘리트 여성이다.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베트남어, 한국어도 조금씩 한다. 메콩대학교에 온 지 4개월이 됐지만, 한 번도 학교 바깥을 나가 본 적이 없었다. 젊은 여성이 혼자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가 주말마다 여행 가는 것을 알고 호찌민에 여행 갈 때 같이 따라오겠다고 하며 가이드를 부탁했다. 바로 ‘오케이’ 했다. 한국에서였다면 당연히 ‘노’했을 것이다. 같은 대학에 있는 젊은 여성을 가이드해서 호찌민을 여행한다고 해도 누구 하나 호기심으로 뒷담화를 하거나 사적 관심을 가지는 이가 없다. 둘이 호찌민 여행을 할 것임을 국제교류센터에 알렸다. 외국인으로 와 있기때문에 메콩대학교 소재지인 빈롱시를 벗어나 외곽지역으로 가면 학교에 보고해야 한다. 대학이 외국인에 대한 안전 문제를 책임지고 있어 대학이 관련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Pei Le를 두 주에 걸쳐 주말에 안내했다. 한번은 호찌민 여행이었고, 또 한 번은 껀터를 경유한 회찌민 여행이었다. 둘은 호찌민 한인타운 푸미흥에서 한국 음식도 먹고 껀터에서는 베트남 음식인 반쎄오도 같이 먹으며 유튜브도 같이하고 페북에도 여행 모습을 올리기도 했다. 페북에 올린 여행 소식에 메콩대학교의 동료 교수들과 직원들도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달아주었다. 아마, 한국의 대학에 재직하며 젊은 외국인 여성 티처와 단둘이 서울로 여행하며 유튜브나 페북을 했다고 가정해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뒷담화로 무성했을 것이 분명하다.

실상 한국의 뒷담화 문화는 명예훼손적 소지가 매우 농후하다. 비록 고의가 아니더라도 상대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허위사실 유포성의 뒷담화가 근자에 더욱 SNS에서 인터넷신문으로까지 도를 넘고 있다. 특정인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이나 험담의 뒷담화 문화는 디지털 1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뒷담화에 그냥 편승하기도 해봤고, 그 폐해를 당해 보기도 했다손치더라도, 가볍게 치부할 일은 아니다. 악의적인 뒷담화는 정보통신망 관련 법률에 따라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는다. 허위 사실 유포는 7년 이하의 노역 복무,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진다고 한다.

특히 SNS상에서도 실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전후 제반 정황을 볼 때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이 가능하다고 인정되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법적 문제를 떠나 뒷담화 문화가 선진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창피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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