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매화는 피었는데
진주성-매화는 피었는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21 14: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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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매화는 피었는데

이른 아침 앞 베란다의 창문을 여는데 매화향이 들이밀고 들어온다. 건너편 산기슭이 설국같이 하얗다. 향긋한 내음이 좋아 한껏 들이마시니 세상사에 헝클어진 머릿속이 유리알처럼 맑아진다. 주제넘게 안 해도 될 남 걱정까지 하느라 돌덩이같이 무거웠던 마음도 가벼워진다. 자청한 시름이 제풀에 겨워서 처진 어깨를 활짝 펴고 몸풀기를 해본다. 하늘 끝 산봉우리에 먼동이 트고 가슴도 트인다. 겨우내 황량했던 동토의 들녘이 파랗게 풋내를 뿜어낸다. 향긋하고 상큼하다. 봄 내음이다.

섬진강 강변 따라 드넓은 매실 밭은 눈이 온 듯 피었겠고, 원동의 순매원엔 낙동강 강변길을 오고 가는 기차마다 매화향을 나르느라 눈코 뜰 새 없을 거고, 통도사의 홍매는 자장율사의 법문을 매향으로 전할 거고, 화엄사 각황전의 자홍색 흑매화는 나라님을 일깨우고, 선운사 백매는 중생들의 길 안내로 어귀마다 피었겠고, 예담촌의 원정매는 원정구려 뜰앞에서 홍매화로 피었겠고, 단속사지 정당매는 하마나 향이 필까 범종 소리 예불 소리 오매불망 애태우며 옛 피던 가지에 갸웃갸웃 피었겠고, 산천재의 남명매도 천왕봉 바라보며 도포 자락 날릴 건데 남명선생 단성소를 또 한 번 되새기게 나랏일은 어쩌자고 이다지도 어지럽나.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양심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다음을 위한 계획적인 음모이다. 지금도 일본은 양심을 부정하고 있다. 독도의 영유권 주장도 계획적인 음모이고 한일무역 규제도 계획된 음모였고 강제 징용 부정도 계획적인 음모이다. 후일의 그 어떤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독도의 영유권 주장은 훗날, 가장 큰 빌미를 만들려는 음모이고 무역 규제는 우리의 민족정신을 상처 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지금 우리가 말려들었다.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가 그 답이다. 일본 총리는 사과도 배상도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 대통령은 피해자인 우리가 피해자를 보상하겠다는 해괴한 해법을 미리 내놓았다. 그러고도 미래지향적인 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한 양국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함이라고 했다.

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평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했는데 70여 년 한결같은 우리의 역사관이 또 한 번 무너졌다. 참담하고 허망하다. 매화는 피었는데, 춘래불사춘,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으니 우리의 봄은 언제쯤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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