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이런 사람을 보라(3)
도민칼럼-이런 사람을 보라(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23 16:0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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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이런 사람을 보라(3)

지금은 복지선진국이며 경제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나라다. 일찍이 예로부터 물 건너, 나라 사람들에게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소리를 들어 온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보면 상류층 사람들은 하류층 사람들에게 예를 차려주는 데는 인색한 것 같다. 말하자면 내가 근무했던 대단위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면서다. 갑을 관계 부담감을 안고 근무하다가 반년 만에 그만두어야 했었다. 그들은 건설회사 직원이랍시고 어깨 힘주고 도도한 모습이다. 아버지 같은 연배의 현장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예의를 표해 주어야 마땅할 일이 아닌가. 마치 내가 상전이다며 하인 대하듯 으스대는 것처럼 보였다.

토목, 조경, 전기, 모든 분야의 업체들과 건설회사 직원들과는 갑을 관계였다. 건설회사 직원들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서 경비원들은 애를 써야 한다. 그때 내가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며칠 사이에 3명씩이나 경비원 일을 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걸 보았었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시공회사 직원들 눈에 거슬리게 보였다 하면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일반 직장에서는 직원이 회사 사규(社規)를 위반하게 되면 경고나 징계한 후에 해고당한다거나 사직이 이루어진다. 이와는 다르다. 모든 기관이나 건설 현장 경비직, 청소, 허드렛일을 하는 비정규직인 감시 단속적 근로자는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나 매 한 가지다.

건설 현장 예를 들면 시공회사 직원들에게 비위를 거스르게 해 지적을 받을 때가 있다. 웬만하면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변명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냥 알았다 하고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 말도 대꾸도 변명도 하지 않기가 쉽지 않다. 왜냐면 자기 자식보다 어린 사람한테 지적당하고 쓴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울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이럴 때마다 이런 일 하지 않으면 밥 굶어 죽느냐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누구라도 같은 맘일 것이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일을 하면서도 시급은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이런 일을 하랴.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누구라도 인지상정일 테다.

나이 든 사람들은 국가에서도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치 않는 세상이다. 일터 직장에서 60이 넘는 사람들은 정년을 맞고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몇십 년 전만 비교해 봐도 평균 수명이 놀랍도록 높아졌다.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도 나락으로 내몰리고 만다. 그나마 좋은 일터에서 정년을 마친 사람들은 돈도 모아 놓고 연금도 충분하게 받았으므로 노후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그 분야에 경력이 쌓이고 노하우가 있는 고급 인력들이 경력을 무시당하고 정년퇴직하고 물러 나오면 우울증에 빠진 사람도 있다. 날마다 빈둥빈둥 놀기 지겨워하는 이도 많다. 이런 사람들이 공사 현장 같은 곳이나 각 기관에 허드렛일 하는 청소부, 아파트 경비직에 뛰어들었다가 인권을 유린당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이야 차치하고라도 젊은 인력들은 용역 업체에 소속되어 팔려간다. 기업들은 용역 업체에서 파견받아 일을 시키면 그만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사용하면 모든 문제를 자기네들은 면한다. 값싼 노동력으로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다. 용역 업체로부터 인권 유린을 당해보지 않은 비정규직 근로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기업체에 파견 형식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는 나라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었다. 지금 노동 현장에서는 하위급 근로자들이 충분한 보수는 아니지만 일한 만큼 보수는 받는다. 그저 생계유지 수단 정도의 일당으로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형국이다. 그들에게선 눈동자를 봐도 밝은 표정이 아니다. 꿈과 소망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행복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공사 현장에 조경, 전기, 도장, 토목, 등 수많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볼 때 일을 시키는 사람이 현장에 없을 때는 일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그저 시간만 보내고 하루 일당만 받아 가면 그만이다하는 모습이다. 내 일처럼 꿈과 소망이 없는 일이기에 그리고 일한 만큼 충분한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흡사 모내기 철에 주인에게 끌려 나와 이 논, 저 논, 논갈이 다니는 암소 모양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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