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가 불기 2567(2023)년 봉축표어로 ‘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을 선정했다는 소식이다. 올해 선정된 봉축표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안한 일상을 이겨온 국민들이 부처님 가르침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고, 모두가 평등하게 공존하는 부처님 세상이 되기를 염원하는 의미라고 한다. 개개인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면 그 자체가 바로 부처님 세상이며, 불자와 국민 모두 치유와 안정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고 궁극의 평화인 부처님 세상을 이루어 가자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종교인이든, 일반인이든 마음의 평화를 얻고 유지하기란 정말이지 어렵다. 인간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실존적 한계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우리의 마음은 늘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에 오염되어 고요와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근심과 걱정, 고통과 번뇌, 시기와 질투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집착에서 벗어나고 마음을 비우는 것으로 험난한 현실을 헤쳐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물론 눈을 감는다고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비움을 통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갖게 된다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현실에서의 도피가 아니라 진실을 깨닫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다.
불교 경전에서는 이러한 고통과 어둠을 흔히 '노사우비고뇌(老死憂悲苦惱)'라고 지칭하는데, 이것은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운명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부처님은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성취한 후 "나는 영원한 생명을 얻었노라, 나는 모든 고통의 속박에서 벗어났노라"며 희망의 대선언을 했다.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는 인간의 무지와 탐욕에 의한 것임을 깨우쳐 준다.
그리하여 그 무지와 탐욕에서 벗어난 영원한 마음의 평화, 다시 말해 해탈과 열반의 정토를 약속하고 계시는 것이다. 부처님은 고통과 절망의 어두운 사바세계에 안락과 희망의 정토를 이루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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