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결핵의 날(3월24일) 생각하며
도민칼럼-결핵의 날(3월24일) 생각하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05 15: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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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남강문학협회장
김기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남강문학협회장-결핵의 날(3월24일) 생각하며

제13회 결핵 예방의 날이 3월 24일이고 세계 결핵의 날을 매년 맞는다. 전염병 중에 뭐니뭐니해도 제일 더러운 병이 결핵이다. 대한결핵협회는 70여 년간 계속 진행하는 결핵 관리 갈 길을 묻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OECD국가 가운데 발병률 1위, 사망률 3위로 관심 밖의 질병 같았으나 코로나19보다 전염성이 강하고 지구상에 완전 박멸을 못하는 호흡기성 질환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건강복지 시스템에 매년 실시하는 건강 검진에 1순위로 필자는 과거 알았던 아픔이 남아 유독 관심을 갖고 있고 결핵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그런데 건강 검진 때마다 엑스레이 촬영을 하면 “결핵을 앓았습니까?” 질문을 받는다. 좀 어색한 답변을 명랑하게 “예”하며 “재발되었습니까?” 다시 물어 보기 마련이다. “글쎄요. 판독을 해보아야 한다”는 대답에 매우 불쾌감을 느낄 때가 많은 편이다. 정답을 못하면 아는 척 말아야지 상대방에 얼마나 고통을 강요당하는 돌팔이 답변이다. 판독 결과 통보까지 갈등과 공포의 고통을 생각하면 괘씸하다. 선(善)보다 악(惡)이 더 크다. 그러니까 어정쩡한 지혜의 남용은 상대에 악을 낳는 무기가 된다.

필자로서 오래전에 사생결단(死生決斷)의 시절을 들추어 기억할 내용은 아니지만 삶의 과정에 가장 아픈 흔적이 결핵을 알았던 상처이다. 필자는 고등학교가 있는 도시로부터 250키로 떨어진 농촌에 살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자동차 통학이 불가하여 결국 대안이 자취하는 것이다. 학교 근처 작은 방 얻고 매주 집 가서 어머니가 마련한 된장, 김치단지와 쌀 2되, 보리쌀 1되를 자취방에 옮긴 이후 아껴야 한 주일 사는데 친구들이 와서 한 끼 먹으면 토요일은 양식이 부족하여 물로서 배를 채웠다.

오후 늦게 운동을 마치면 허기진 배를 채우다가 금요일이면 양식이 떨어질 때가 제일의 고통이고 아침 늦잠을 자다 그냥 학교 가서 거리 풀빵 한 개로 하루 종일 배고픔을 인내하니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짐작되지만 그때 그 시절은 한 끼 정도 굶는 것이 미덕이고 끔이야 책값도 마련했다. 그런데 모 대학 3년생이 영어 과외를 같이하는 것 좋고 또 대학생과 같이 자취하는 미덕 있다 하여 어느 날 모 대학생과 한방에 살게 된다. 또 어느 날이다. 몰래 위샘에 숨어 각혈하는 모습을 2번이나 보았다. 형님 왜 각혈하느냐 물었다. 대학 생활의 필요 때문이라 답한다. 그 뒤부터 내 몸에 이상이 온다. 머리가 아프고 오후에는 힘이 없어 죽을 것 같다.

어머니에게 알리자 영양실조로 추측, 미꾸라지를 잘 익은 호박에 넣고 잘 달여 먹었고 그때 귀한 달걀도 먹었다. 2학기 때 공수도 시험에 응시하려 학교 지정병원인 청구내과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의사가 결핵 2기란 판정을 내린다. 젊은 꽃이 제대로 피지도, 할 일도 못하고 죽는다 생각하니 너무 실망이다. 그때, “야, 형 너 결핵환자 아닌가.” 이판사판으로 물었다. “애나로 내가 폐병 환자인 줄 몰랐느냐.” 그날 자취살이 짐을 몽땅 빼 어머니에게 왔다. “어머니. 나, 폐병 환자로 판정 났습니다”.

우리 마을에 친구 형이 폐병으로 죽는 모습도 보았다. 울고 또 울다 하룻밤을 보냈다. 힘없이 늘어진 아들을 살려보겠다고 발 벗고 나선다. 우선 학교에 2개월 결석계를 제출했고 날마다 닭알, 고등어 반찬에 쌀밥을 준비하여 계명산 중턱까지 가서 밥 먹고 놀다 오라는 어머니 규칙을 지켰다. 8키로 떨어진 보건소에 등록하여 2일마다 테로마이신 주사를 맞고 결핵약을 먹었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는 보신탕을 2개월간 먹었더니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 청구병원에 다시 가서 검사를 했다. 원장의 기적같이 완치되었다는 진단을 받고 학교에 복학을 했다. 어제까지 친구였는데 결핵 환자라고 격리를 주장한다. 테로마이신 처방이 장기간으로 후유증이 생겼다. 몸 전체 근육이 죽어 얼굴 색깔이 숯검정같이 된다. 어머니는 결핵환자 자식을 살려보겠다는 정성의 혼이 필자의 삶이다. 결핵의 날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다. 결핵은 호흡기 전염병으로 본인 경험에 16세-25세 이전 청년들이 잘 감염되오니 건강은 건강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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