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이런 사람들을 보라(4)-돈내기
도민칼럼-이런 사람들을 보라(4)-돈내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06 16:0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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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이런 사람들을 보라(4)-돈내기

내가 일했던 공사 현장에 하청받은 업체가 많다. 하청받은 업체에서는 개인 전문 직종인 사람들에게 공사 금액을 계약하고 일을 맡긴다. 노동 현장에서 사용하는 은어로 일명 돈내기라 하는 명칭이다. 아직 우리나라서는 미터법이나 연장 이름마저도 일본어를 많이 사용한다.

돈내기라는 단어가 무슨 말인지 설명하라면 딱히 뭐라 설명하기 곤란하다. 굳이 내 나름대로 설명한다면 ‘야리끼리’라는 일본말이다. 건설 현장에서 도급 주기를 말하는 것으로 일본 강점기때 돈내기라고 탄생한 단어인 듯 싶다.

하청 업체의 하도급 계약이라 하면 맞는 말이다. 서로가 만족한 성과를 낼 수 있으니 일에 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효과적이라 본다. 지금 노동 현장인 공사 현장 등 일터에는 하루 일당을 정하고 일을 시키는 일당제가 있다. 그리고 일정한 양의 일감을 주면서 그 일을 다 하면 얼마를 주겠다는 공사 현장에서 크게 활성화된 하도급 제도가 바로 돈내기와 같은 말이다.

공사 현장에서는 대체로 아침 7시 일을 시작하면 오후 5시에 일을 마친다. 길을 다듬고 칠을 하는 전문기술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나 업체에서 잡부로 팔려 온 사람 할 것 없다. 누구나 일을 마치고 시작하는 시간이 정확하다. 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따라서 1~2십 분 일을 더 해야 할 형편인데도 이들은 시간에 맞춰 일손을 놓아 버린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분야별 일을 떼어 받은 일명, 돈 내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죽을 둥 살 등 바쁘다.

시간 보내기로 말한다면 시공을 맡아 공사하는 회사 직원들도 마찬가지로 일반직 노무자와 다름없었다. 상급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마트폰이나 두들겨 보고, 하는 일이 없이 빈둥빈둥한다. 좀 더 높은 급인 부장이나 과장급인 사람들은 부지런히 현장을 돌아다닐 뿐이다.

그때 나는 이런 사람도 보았고 저런 사람도 보았었다. 그런가 하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보았었다. 서울에 온 어느 부부가 있었다. 신축 중인 아파트 세대별 마룻바닥 일을 하는 돈내기였다. 밤샘 작업을 하다 잠이 오면 부부가 차에 시동을 걸어 놓고 한숨 자고는 일어나 일하는 걸 봤었다. 이런 모습을 보다가 부부의 금술이 참 좋은가 보다 싶었다. 그러다 곧바로 ‘삶이 뭐기에’ 자녀들을 떼어 놓고 천릿길인 진주에까지 와서 힘들게 일할까 하는 맘에 애잔했다.

이런 부부를 시샘하는 마귀의 장난인가 아니면 운명의 시샘인지 모른다. 커피를 끓여 먹으려고 커피포트에 아내가 물을 올려놨었다. 이때 다른 사람이 지나가다 건드린 바람에 남편의 가슴으로 뜨거운 물이 쏟아져 화상을 크게 입었다. 병원에 치료받느라 일을 그만둔 사람도 보았었다.

공사 현장에서 건축 폐기물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속이 쓰렸다. 각목, 합판, 배관설비 PVC 파이프, 각종 자재를 지게차로 실어다 쓰레기 수거용 덤프 적재함에 쏟아 넣는 거였다. 지금 농촌에 농사용으로 사용하면 될 물건들이 너무 많았다. 건물 벽에 붙일 대리석, 목재, 등 건축 자재들을 폐기물 차에 차오르면 포클레인 삽으로 내리치면 우지직 깨지고 쪼개지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 아팠다.

고무 코팅된 면장갑도 시중 가격이 켤레 당 5, 6백 원 할 것이다. 그러나 공사 현장에서는 일회용이다. 한번 사용하고는 버린다. 물을 먹는 정수기 옆에는 근로자에게 물 한 모금 전해 주고는 할 일을 마친 일회용 종이컵이 뒹군다. 한번 사용하고 아무렇게나 마구 버리는 걸 보면 아깝기 그지없는 맘은 좀처럼 떠나질 않는다. 경비실에서 사용하는 종이컵 하나도 먼저 커피를 마실 때, 그리고 물 마실 때, 몇 번씩이나 재사용을 하다가 라면 먹을 때 또 사용하는 청승을 나는 떨었었다. 하긴 오래전부터 구두쇠 노릇을 했었다. 이쑤시개 하나도 한쪽을 사용하고 잘라 놓은 후에 또 사용했다.

이와 같은 방법이 시대가 변천되고 모든 물자가 풍부해진 세상에서는 칭찬받을 일은 못 된다. 어느 정도 물건을 소비해 주는 것이 나라 경제가 좋아진다는 이도 있다. 그렇지만 오래전부터 돈내기 정신이 몸에 밴 근로자라면 근면, 검소, 절약하는 정신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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