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인생(人生) 저축
도민칼럼-인생(人生) 저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16 15:2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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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인생(人生) 저축

최소 중소기업 이상 다녀서 연금으로 월 최저임금은 넘기는 이들 사이에 3대 바보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물론 우스갯소리다. 그런데 그냥 지나칠 소리는 아니어서 소개한다. 처음은 퇴직하고 직장 알아보는 사람이란다. 직장생활 40년 이상 하고도 무슨 미련이 많은지 아침저녁 출퇴근을 찾아서 하는 부지런함을 놀리는 말이다. 그다음은 퇴직하고 집 짓는다고 땅 보러 다니는 사람이란다. 나이 65세 넘어서 얼마를 더 산다고 이제 땅 보러 다니면서 집 지을 생각을 한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집을 지을 확률도 크지 않을뿐더러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집 짓는 일이 만만찮음을 나타내는 사례다. 마지막이 가장 큰 웃음을 주었는데 연금 타서 적금 붓는 사람이란다.

백세시대 우리 모두 65세가 넘어도 살날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구례 살 때 뒷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할머니의 짐 정리를 도와드렸는데 한 번도 입지 않고 신지 않은 새 옷과 신발이 여럿이어서 참 안타까웠다. ‘신어보고 돌아가시지’ 할아버지의 낡은 고무신을 보며 안타까워했더니 할머니 말씀이 ‘안적 살날이 많은 줄 알았은께’라고 하셨다. 일흔 중반쯤 할아버지에게도 앞으로 살날은 알 수 없으니 알 수 없는 것은 무궁무진한 것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를 늘 아끼며 살아간다.

일찍이 청년일 때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자수성가한 분이 본향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하시는데 이미 고향은 도시가 되어 시골을 찾고 계셨나 보다. 그 와중에 이원규 시인과 인연이 되어 하동으로 정착한 분이 계신다. 하동 악양의 박학수 선생님이다. 한번 이원규 시인을 만나고 두 번째 오셨을 때 악양에 터를 마련하셨다. 일사천리라는 말이 이런 경우인가 싶었다.

귀농 바람이 불면서 시골에 집을 하나 갖고 싶다는 말을 무수한 사람들로부터 듣는다. 그래서 집도 땅도 참 소개를 많이 해주었는데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십 년째 아직도 빈집 없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이제는 집도 땅도 소개를 하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것은 인연이 있기에 내가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겠지, 하는 마음으로 사람만 서로서로 만나도록 판을 연다. 그게 지리산문화예술학교다. 우리 학교는 교사들은 모두 지리산 사람이고 학생들도 반은 지역 사람이니 서로 잘 연결이 되어 찾기를 바랄 뿐이다.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은 아마도 퇴직 후에 땅을 보러 다니다가 언제 집 지을지 모르니 연금을 몽땅 저축하느라 직장을 다니려고 할 것이다. 직장이 잡히면 그나마 다행한 인생이지만 65세에서 일을 더 해서 언제 집을 지을까 남의 일이니 답이 쉽게 보인다.

저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미래를 위한 행위이다. 젊은 날에는 필요하다. 아이를 낳아 길러야하고 노후도 준비해야 한다. 저축이란 건 절약하여 모아 두는 것이고 우리 소득 중에서 소비로 지출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런데 인생(人生)은 어떤가? 인생은 모아 둘 수가 없다. 원하지 않아도 하루하루 소비되어 사라져 가고 있다. 하동 악양으로 귀농한 박학수 선생님은 자신은 저축을 젊은 사람에게 한다고 한다. 은행에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에게 한다는 뜻이다. 친구들 중에는 퇴직 후 본인이 9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여 가지고 있는 돈을 엔분의 일로 나누어 하루에 그만큼만 쓰려고 애쓰는 친구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다들 아시는 것처럼 여든이 넘으면 그만큼 움직이지도 못할뿐더러 돈도 하루라도 젊었을 때, 마음대로 움직일 때, 쓰는 것 아니겠느냐고, 그래서 젊은 사람에게 쓰면 나이 더 들어 움직이기 어려울 때 젊은 친구들이 한번이라도 보러 와주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시는데 무릎이 쳐졌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지역 아이들을 미국 가정과 연결하여 홈스쿨링도 추진해 보고 싶고 5월 3일부터 열리는 하동세계차엑스포 미주홍보단장도 맡아 알리려고 애쓰시는 모습을 보며 나도 더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사실, 괜찮은 언니, 오빠들 덕으로 우리가 산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분들을 기억해 달라고 부탁하고는 한다. 박쌤의 말이 맞는 말이다. 인생은 지금 열심히 움직일 수 있을 때 나누는 것이 저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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