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합천 벚꽃 마라톤대회에 참가해보니(2)
기고-합천 벚꽃 마라톤대회에 참가해보니(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23 15:4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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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 수필가
이호석/합천 수필가-합천 벚꽃 마라톤대회에 참가해보니(2)

운동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가한 행사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되기도 한다. 제발 행사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불상사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러 생각을 하는 동안 행사가 거의 막바지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행사 준비를 철저히 한 집행부와 현지에서 진행하는 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칭찬이 절로 나온다.

며칠 전부터 대회 일에 벚꽃이 만개하여 모든 참가자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기를 바랐다. 그동안 비바람이 불지 않아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행사 3, 4일 전부터 꽃잎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여 걱정하였는데, 당일 7,80% 남은 꽃들이 만개한 모습을 보여 다행스럽다. 마라톤 코스 도로에는 이미 떨어진 벚꽃 잎이 제법 깔려있고, 곳곳에 조금씩 쌓여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달리는 선수들의 머리 위로 꽃잎이 휘날리며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내가 뛴 5㎞ 코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이 코스에는 워낙 많은 사람이 참가하였고 그 모습도 다양하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젊은 부부, 또 네댓 살 된 아이가 엄마 아빠를 따라나섰다가 중간에서 힘에 겨워 엉덩이를 빼며 앙증맞게 매달려가는 모습이 저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어린애들이 바삐 가던 걸음을 멈추고 길섶에 쌓인 꽃잎을 날리며 좋아한다. 이러한 여건에서 사실상 마라톤 속도로 달리기는 힘들다. 이 코스 참가자 대부분은 달렸다기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걸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코스를 완주하고 기념품과 메달을 받아서 나왔다. 기념품에는 1㎏짜리 지역의 쌀 한 봉지와 물 한 병, 바나나 한쪽, 과자 몇 개가 정성스레 담겨 있고 기념 메달은 별도로 주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아무 불미스러운 일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큰 행사를 빈틈없이 준비하고 진행해준 모든 분들의 수고에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또 전국 각지에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이곳까지 찾아와 뛰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움과 찬사를 보냈다.

행사가 끝나고 마라톤의 문외한으로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앞으로 이 행사를 마라톤 참가자들만의 잔치로 끝내지 말고, 경향 각지에서 온 많은 젊은이의 활기찬 모습과 성황을 이룬 대회 모습을 더 많은 군민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령화로 처져 있는 지역 분위기에서 일순간이지만 활력소가 될 것 같고 이런 호화롭고 큰 행사를 주최한 지역민으로서 상당한 자부심도 가지지 않을까 싶다.

참관 방법은 경기에 지장이 없게 운동장 스탠드에서 참관토록하고, 참관율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식전 시간에 유명 가수 한두 사람을 초청하여 잠깐 노래를 부르게 한다든지, 아니면 지역에서 매년 몇 번씩 하는 걷기운동 참가자들에게 주는 정도의 기념품을 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아무튼 이날 전국에서 모인 많은 청춘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즐거웠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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